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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0년대 자동차부품 업체를 설립한 이동기(가명) 사장은 올해 나이 일흔이다. 그에게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서서히 은퇴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데 후계구도가 잡히지 않아서다. 유학파인 30대 후반 아들은 가업승계에 관심이 없다. 또 지난 50여년간 후계자 양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터라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외부에서 전문경영인 후보 추천을 받았지만 그의 이력만 믿고 가업을 맡기려니 선뜻 내키지 않는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계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영진이 늙어가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소기업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년 말 현재 국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50대 이상 연령층의 비중은 65.8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46.29%) 이후 6년 동안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세부적으로는 50세 이상 60세 미만 CEO 비중이 같은 기간 35.0%에서 48.78%로 늘었고 60세 이상 70세 미만도 9.4%에서 14.99%로 훌쩍 뛰었다. 70세 이상도 1.89%에서 2.12%로 증가했다. 반면 허리층이라 할 수 있는 40세 이상 50세 미만은 44.65%에서 28.21%로 확 줄었고 30세 이상 40세 미만도 8.79%에서 4.59%까지 낮아졌다.
이 같은 현실은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못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CEO 1인 위주로 경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체계화된 CEO 승계 시스템이 갖춰진 중소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의 주된 채널인 가업승계는 오너 2·3세들이 승계에 별 뜻이 없는데다 상속세 부담까지 겹쳐 진통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자니 선뜻 내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1970~1980년대 등장했던 창업자들이 은퇴할 나이가 되면서 CEO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점도 자연스러운 CEO 교체를 어렵게 한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CEO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고 청년창업 환경을 개선해 허리세대 CEO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2000년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진 뒤 이를 회복하는 데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면서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중 30~50대 허리세대에 공백이 생겼다"며 "60~70대 중소기업 CEO들이 가족이든 전문경영인이든 후계구도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존 기업들의 지속성은 물론 일자리 문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강광우기자 spoo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