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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국, 이세돌의 '필승 전략'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내ㆍ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권욱기자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내ㆍ외신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권욱기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이 15일 제5국을 끝으로 화려한 막을 내린다. 초반 세 번의 대국에서 맥없이 불계패했으나 앞선 제4국에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승리를 거머쥔 이 9단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기대감이 높다.

5국의 승부는 이 9단이 들고 나올 전략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4국에서 초반 ‘맹공’을 통해 얻어낸 실리를 바탕으로 ‘신기의 묘수’라 불리는 78수 이후 승기를 내주지 않았던 것도 이 9단이 애초에 들고 나왔던 전략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지막 ‘세기의 대국’에서 이 9단이 어떤 전략을 선보일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전략1 : 그가 흑돌을 선택한 이유는?

이 9단은 4국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백으로 이겼으니 마지막 대국에서는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밝혔다. 백에게 7.5집의 덤을 주는 중국식 바둑 규칙을 채택한 이번 대국에서 흑돌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리한 여건을 떠안고도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4국의 내용으로 봤을 때 이 9단이 백을 잡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프로 바둑 기사들은 백보다 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포석을 먼저 시작하는 흑은 백보다 공격적인 바둑을 둘 수 있기 때문. 평소 인간 기사와 둘 때에도 공격적인 바둑으로 실리를 챙겨가는 이 9단의 바둑 특성상 흑을 잡은 것은 하나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4국을 통해 분석한 ‘알파고’의 약점과 이 9단의 ‘공격 바둑’이 합쳐진다면 3연승으로 대회 우승을 거둔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서 승산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략2 : 순간 대처 능력을 극대화하는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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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왼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가족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권욱기자이세돌(왼쪽) 9단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가족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권욱기자


바둑사에 길이 남을 이 9단의 78수는 ‘알파고’의 연산 능력에 치명적인 오류를 끄집어냈고 결과적으로 승리의 여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컴퓨터에 입력돼 있지 않은 수가 등장했을 때 ‘알파고’는 순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치명적인 오류와 다름 없는 ‘악수’를 뒀던 것. 대국이 끝난 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압박에 알파고의 한계와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면서 “이를 분석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5일 제5국에서도 이런 ‘알파고’의 순간 대처 능력 부족을 잘 활용한다면 이 9단에게 승리가 돌아갈 확률이 높다.

△전략3 : 형식을 파괴해야 승리한다

대국은 경우의 수 싸움이다.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보다 예상할 수 없는 수가 더 많기 때문에 형식을 벗어난 ‘묘수’를 누가 두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추형석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알파고가 계산하더라도 파악이 어려운 수법이 분명 있다”며 “알파고가 이를 극복할지, 이 9단이 파고들지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1국부터 4국까지 팽팽한 기 싸움을 펼친 ‘알파고’와 이 9단의 마지막 대국은 누가 더 창의적으로 수를 놓느냐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창의적인 수를 통해 ‘알파고’의 허점을 찌르고 계산의 오차에서 벗어난 수를 두게 만든다면 마지막 대국의 승리는 이 9단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phillies@sed.co.kr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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