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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더 이상 아웃도어라 부르지 마라."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지난 2년간 등산에 한정됐던 브랜드 정체성을 출퇴근·데이트·여행·산책 등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으로 확장하는데 안간힘을 써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알록달록하고 펑퍼짐한 패딩에 소비자들이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 특히 소비자의 니즈가 더욱 세분화되고 기능성과 디자인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변화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2년이 지난 현재 아웃도어 업체들이 내놓은 봄 신상품들을 보면 이젠 종합 패션기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무엇보다 옷과 신발의 디자인이 도심 속을 마음껏 누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게 바뀌었다. 제품 라인의 구성도 아웃도어·도심·캐주얼·애슬레저 등 다양하고 알차다. 그야말로 '산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서 성장할' 만발의 준비를 갖춘 것이다.
특히 올 봄 아웃도어 업체들은 스포티즘과 애슬레저(운동+레저) 강화라는 트렌드 변화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운동할 때나 입던 트레이닝복이 일상 속 가장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른 지 벌써 수년째지만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점을 파악한 것. LF 라푸마의 경우 '애슬레킹(애슬레저 + 트레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이에 최적화된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K2는 아웃도어·스포츠·일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플라이워크 라인을 대거 강화했다.
라푸마 관계자는 "최근 합리적 소비자들이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만큼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애슬레저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의 캐주얼화가 본격화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블랙·화이트·그레이 등 모노톤이 대세로, 이제는 아예 글로벌 색채 컨설팅 기업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상까지 참조할 정도다. 올해는 팬톤이 2016 트렌드 컬러로 고른 로즈쿼츠(분홍색)와 세레니티(연한 하늘색)가 아웃도어 제품을 물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성·여성 모두 절제된 패턴으로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한 제품이 주류를 차지하고, 몸매를 부각하는 슬림핏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놀라운 점은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캐주얼에 담아내는 기술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 트렌치 코트, 재킷, 셔츠, 레인 코트 등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아이템에 방수, 투습, 경량, 속건 등의 기능을 넣어 그야말로 디자인과 기능성을 다 잡은 '완전체'로 불릴 만 하다. K2 '어반라이프 라인'에서는 방수 기능을 갖추면서도 로고를 크게 드러내지 않아 출퇴근부터 데이트, 갑작스런 출장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블랙야크의 'TR2'라인 역시 페튠재킷 등 고어텍스 소재를 적용한 패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긴 겨울이 끝나고 워킹의 계절이 돌아온 만큼 더 가볍고 똑똑해진 신발 전쟁도 격화되고 있다. 360도 전방향 투습·방수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서라운드 기술의 경우 도입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지만 이제는 상당수 업체가 갖춘 필수 옵션이 됐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뛰어난 쿠션감과 안정감을 주는 신발도 많이 등장했다.
신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업체들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K2의 신상품 '옵티멀브리드3'는 '올데이 플라이워크' 콘셉트로 워킹·러닝은 물론 여행·일상·비즈니스에서 두루 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노스페이스는 '완전체2' 시리즈를 내놓으며 기존 다이나믹 하이킹 제품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했고, 블랙야크의 경우 장시간 워킹에 최적화된 '워크핏'을 선보여 다시 기능성이란 본질에 초점을 뒀다. 올 여름에는 수상 스포츠 시장 탈환에도 나설 예정이다. 수상스키·서핑·수영 등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래시가드, 아쿠아슈즈 등 여름 상품을 대폭 강화한다.
남윤주 블랙야크 팀장은 "기존에는 단순히 자유로운 삶을 사는 노마드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스타일과 기능에 목숨을 거는 스마트 노마드족이 주 타깃"이라며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강화한 패션아이템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