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면세점 인허가, 특허권 매매제로 대체를

자동갱신조항 복원·매매 허용

사업자의 장기 투자 유도해야

가격입찰제 도입도 고려할 만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부각된 경제 이슈 중 면세판매특허 제도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신규 추가된 특허권 3개가 모두 신규 사업자에 배당됐으며 기존에 운영돼온 시내면세점 2곳은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신규 사업자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총 8곳의 서울지역 면세점 중 5곳이 신규 사업장이라는 사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지난 2013년의 관세법 개정안으로 국내 면세판매 시장에서 얼마나 극심한 지각변동이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등장해 기존 사업자를 대체하고 퇴출하는 현상은 시장기능이 활성화돼 역동성을 유지하는 산업에서 항상 관찰되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환영받아야 할 시장경쟁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소비자의 선호를 경쟁자보다 먼저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의 결과이며 보이지 않는 손의 선택일 때 가능하다. 2013년 관세법 개정안같이 특허권에 귀속된 재산권의 영속성을 제한하고 기업규모에 따른 시장 진입장벽을 추가하는 보이는 손에 의한 결과일 경우 소비자 권익을 증대시킨 시장 변화라고 볼 수 없다.

사실 면세판매특허 제도는 말 그대로 정부의 특별허가에 의존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성한 태생적 한계가 내재된 제도이다. 따라서 면세판매 시장의 완벽한 정상화는 특허제를 폐지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라면 누구라도 면세판매 시장에 진입 가능한 허가제를 도입해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하게 만드는 시장환경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하지만 특허제를 유지할 경우에도 시장과 투자에 친화적인 제도로 변화가 가능하다. 2013년 관세법 개정안의 본질적 문제는 면세판매특허권에 귀속된 재산권 범위의 확충으로 장기적 투자를 유도하는 발전적 변화가 아니라 자동갱신 조항 폐지 및 5년간의 한시적 특허권 부여를 통해 오히려 기존의 특허제를 후퇴시켰다는 데 있다. 따라서 특허권의 영속성을 복구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가장 간단하게는 자동갱신 조항을 복구해 특허권의 항구적 보유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사업자 간 사후적 특허권매매 제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특허권의 항구 보유가 가능하다면 특허권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인구조가 구축돼 면세판매사업자는 장기적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 또 기존 사업자보다 특허권의 상대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사업자가 출현한다면 특허권 매매를 통해 면세판매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판로가 만들어지고 특허권은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면세판매특허권 인허가 심사에 가격입찰제를 도입해 특허수수료를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행 특허권 인허가심사 문제는 특허권의 수익 가능성에 근거한 잠재적 사업자의 사전적 가치 판단은 무시되고 단지 정책당국이 제시한 요건 충족에 따라 결정되는 데 있다. 가격입찰제는 시장참여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미래 정보를 특허권 가격에 미리 반영해 면세판매 시장에 적합한 사업자가 누구인지 판별하게 한다.

2013년 관세법 개정안의 가장 큰 폐해는 면세판매 특허권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강제로 기존 사업자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는 것이다. 또 특허권에 귀속된 재산권을 축소해 면세판매사업자를 단기적 투자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 현재 정부가 모색하고 있는 개선방안의 최우선목표는 장기적 투자를 통한 특허권의 재산가치 제고가 가능토록 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허권에 귀속된 재산권 범위를 확충해 특허권 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때 시장 발전이 도모될 수 있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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