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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중심으로 총선을 치뤄 하반기 국정 안정을 노리는 친박 주류와 비박계를 살려 총선 이후 대권 전략을 짜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 이해관계가 17일 정면충돌했다. 총선 이후 주도권을 놓고 벌인 공천 수 싸움이 끝내 폭발한 것이다.
앞으로 관심은 바둑으로 치면 바둑판을 뒤집어엎느냐, 아니면 다시 마주앉아 이어서 수를 두느냐인데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총선까지는 새누리당 친박·비박 지도부가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나의 분기점은 18일 열리는 임시 최고위 회의다. 김 대표는 16일 밤 17일로 예정된 정례 최고위를 열지 말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친박계 최고위원은 17일 원유철 원내대표를 대표 대행으로 최고위를 개최, 전날 공관위의 지역구 후보 심사 결과 추인을 강행하려 했다. 전날 경선·단수·우선추천 지역에 대한 의결 도중 김 대표가 최고위 '정회'를 선언하더니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8개 지역구에 대한 '보류'를 발표하고 이날 예정된 정례회의까지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공천 훼방'이라고 본 것이다. 사실상 친박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를 향해 공관위 공천안에 대해 추인하지 않으려면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당 대표께서 (최고위) 정회 중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며 "이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곧바로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며 최고위원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18일 임시 최고위회의를 열어 논의해 보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갈등의 최고조에서 승부수를 던지기보다는 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비박계가 대규모 컷오프된 상황에서 뒤늦게 액션을 취하며 비박계 반발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공관위 공천안에 불만이 있으면 대표직을 걸고 막아야 하는데 너무 무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실제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당헌·당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그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말한 것도 너무 원론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친박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고위를 연 것은 사실상 김 대표 퇴진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관위 공천안을 추인하고 결정에 순종하던지, 아니면 대표직을 던지라는 압력"이라고 해석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18일 열리는 최고위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 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는 김 대표 측 측근들은 "누구 좋으라고 사퇴를 하느냐. 그쪽(친박)에서 의도를 갖고 흘리는 게 아니냐"고 발끈했다.
비박계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승부수를 던져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공천에서 탈락한 조해진·임태희 등 비박계 진영에서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물론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컷오프된 5선의 이재오 의원, 3선의 진영 의원 등을 중심으로 '비박계 무소속 연대'로 조직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일하게 공천심사가 발표되지 않은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도 친박과 비박 간 갈등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새누리당의 내홍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