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현대상선 공모사채 1,200억 만기연장 불발… 정상화 '빨간불'

"구체적 대응·당근책 없다" 사채권자 집회서 부결

다음달 말 집회 다시 소집… 7월 만기 채권도 연장 논의

내달 용선료 협상 마무리땐 사채권자 다시 설득 계획

채권단도 용선료 협상에 무게


현대상선 생사의 첫 관문인 사채권자집회가 부결됨에 따라 정상화 작업이 난항을 겪게 됐다. 채권단과 현대상선 측은 다음달 말 다시 사채권자집회를 소집해 4월 연체 회사채뿐 아니라 7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의 연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사채권자집회 부결이 곧 법정관리로 가는 수순은 아니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 그리는 정상화 시나리오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17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에 부의된 안건은 참여 채권자의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날 안건은 다음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 1,200억원에 대해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것이었으나 사채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해 결국 연체 절차를 밟게 됐다.

이날 모인 사채권자들의 70~80%는 지역단위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인데 이들은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이 미비하다며 부결표를 던졌다. 집회에 참석했던 한 채권자는 "단순히 채권 연장만을 요청했을 뿐 구체적인 대응책과 당근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우선 다음달 7일쯤 2차 사채권자집회 회의 소집공고를 낸 후 다음달 말 다시 집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2차 사채권자집회 안건은 이미 연체된 4월 회사채에 대한 만기 연장과 7월 만기 도래하는 2,400억원의 연장을 함께 논의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회사채가 연체되면 사채권자들은 현대상선의 매출채권 등에 대해 가압류를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 집행 사례는 많지 않다. 동아원의 경우 최근 사채 연체가 발생했지만 사채권단들이 이에 대해 가압류 행사를 하지 않았고 STX 역시 회사채 연장이 첫번째 사채권자집회에서 부결된 후 두번째 회의에서 가결된 바 있다.

현대상선이 2차 사채권자집회를 준비하는 것은 다음달 중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사채권자집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은 개별 선주들과의 사적 계약인 만큼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난항을 겪었으나 현대상선이 인하분에 대해 출자전환 및 장기채무 전환 카드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즉 용선료를 떨어뜨린 후 사채권자들을 다시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산은은 오는 22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안을 부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대상선의 금융권에 대한 1조2,000억원 채무에 대해 상환 유예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금융권 채무를 연장한 후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면 실사를 통해 채무 재조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자율협약에 '조건부'라는 단서가 들어간 것은 전체 부채(4조8,000억원) 중 금융사 부채는 1조2,000억원가량으로 부채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모두 사채권자 재집회와 용선료 협상 투트랙 전략에 올인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채권자집회 부결이 정상화 방안에 진통을 준 것은 분명하다. 당초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을 4단계로 구상했다. 먼저 이날 사채권자집회가 통과되면 다음달 용선료 인하를 통해 누적 적자의 원인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이를 근거로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을 실시하는 동시에 상반기 현대증권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상선도 18일 주주총회에서 7대1 감자안을 부의해 감자를 통한 자본잠식 해소로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로드맵이었다. 현대상선이 부채비율 400%만 맞춰오면 정부는 선박펀드를 통한 자금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채권자집회 부결에 대해 법정관리 등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연체는 이후에 다시 만기 연장을 협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 부결됐다고 해서 완전히 판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용선료 협상 결과의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것만 잘 해결되면 사채권자와 추가 협상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임세원·이종혁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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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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