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中으로 간 '1호쌀'… 비관세장벽에 50일째 창고 신세

中 '위생증' 발급 차일피일… '48시간 내 통관' FTA 규정 어겨

전기차 보조금 폐지서 기능성 화장품까지 비관세장벽 계속 쌓아

통상장관회담서 위생검역·무역기술장벽 완화 등 적극 요청키로

이동필(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군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대중국 쌀 첫 수출 기념식'에 참석해 쌀 수출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지난 1월29일 국내산 쌀의 첫 중국 수출을 축하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군산항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일주일 후(2월4일) 떠나는 수출 1호 쌀에 친필 서명까지 하며 대 중국 쌀 수출을 반겼다. 국내에서는 쌀 소비가 줄며 연간 36만톤에 가까운 쌀이 남아돌아 쌀값이 하락하고 농가 소득을 보전하느라 혈세로 매년 수천억원의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는 상태다. 13억명의 인구 대국 중국으로 우리 쌀 수출이 늘어나면 이 같은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서해를 건너간 우리 쌀은 여전히 중국 현지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의 확인 결과 지난달 4일 군산항을 떠난 국내 첫 수출 쌀 30톤은 상하이 롯데마트 창고에 50일 넘게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쌀 30톤은 현지 통관을 거쳐 롯데마트 69개 업체에 판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위생 당국이 우리 쌀이 자국민이 먹기에 안전하다는 '위생증' 발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판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출을 주관한 NH무역 관계자는 "통관은 지난달 28일께 끝났지만 농약 검사 등이 진행되느라 위생증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달 말께 위생증이 발급되고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지난달 27일 평택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떠난 2차 수출분 72톤은 통관을 마친 후 위생증을 받아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1차 수출 쌀보다 20일 이상 늦게 보낸 쌀이 먼저 유통된 셈이다. 이 같은 일은 일원화돼 있지 않은 중국의 관세 행정과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에 따라 통관 시간이 달라 빚어진 결과다.

1차 쌀 수출은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중국에 수출된 국내 상품은 48시간 이내 통관돼야 한다. 하지만 1차 수출된 쌀의 사례는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생검역(SPS)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2주 안에는 중국 시장에서 시판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일로 농식품 수출을 위해 중국의 비관세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높은 중국의 비관세장벽에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한 데 더해 수출이 늘고 있는 기능성 화장품에도 비관세장벽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4일 개최하는 민관합동수출대책회의에서 발표할 '소비재수출 확대 대책'은 중국으로 음식료·유아용품 등 소비재 수출을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산품에서 음식료까지 아우르는 까다로운 비관세장벽부터 낮추지 못하면 14개월째 뒷걸음질치는 우리 수출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수출 주무부처 수장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과 18일 열리는 한중 통상장관회담과 산업장관회의·품질감독검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중국으로 떠났다. 주 장관은 중국 정부에 비관세장벽인 위생검역(SPS)과 무역기술장벽(TBT) 완화를 요청할 방침이다. 농식품부의 건의로 통상장관회담 안건에는 쌀 통관 원활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 간 품질감독과 검역 분야 협력을 제도화해 비관세장벽을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관련기사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