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인도판 새만금' 플랜 농어촌공사가 짠다

24조 초대형 프로젝트 설계 따내

도로건설 등 국내사 동반진출 전망

새만금 기술력 높게 평가한 모디 총리 영향력도 한몫


한국농어촌공사가 바닷물을 막아 용수를 확보하는 인도판 새만금사업인 '칼파사르' 방조제 구축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짠다. 이 사업은 인도 최대 공업지역인 뭄바이 배후지역의 심각한 물 부족을 막기 위해 30㎞에 이르는 방조제를 만드는 것으로 부대사업까지 합치면 사업규모는 최대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7년 새만금을 방문했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인연이 이번 수주에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의 밑그림인 설계를 국내 공기업이 맡게 됨에 따라 앞으로 발주될 방조제와 인근 도로 및 철도,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등에서 국내 기업들에 참여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 고위관계자는 17일 "이르면 오는 4월 인도 구자라트주정부와 400억원 규모의 칼파사르 방조제 설계용역 계약을 맺는다"며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실상의 수의계약 형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조제 건설사업만도 12조원 규모로 방조제 건설로 생기는 간척지에 교통 인프라 및 발전소 등이 추가 조성될 것으로 보여 사업규모는 200억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힌두 신화에서 유래한 칼파사르는 '모든 꿈을 실현시키는 호수'라는 뜻을 가졌다. 인도 현지에서 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우회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칼파사르 방조제의 길이는 30㎞로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33.9㎞)와 비슷하다. 방조제를 쌓아 용수로 활용하게 되는 담수호는 100억톤을 저장하게 된다. 이는 새만금(3억5,000만톤)의 28배 수준이다. 인도 구자라트주 정부는 이 담수호를 이 지역 일대의 식수 등 생활용수뿐 아니라 공업 및 농업용수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의 구자라트주 정부는 방조제가 만들어진 지역 일대를 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조제로 만들어진 간척지에 12차선 도로를 비롯해 1,00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와 1,430㎿ 규모의 풍력발전소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와 발전소, 에너지 분야 부품기업 등에는 이번 프로젝트가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가 설계를 하는 만큼 아무래도 향후 공사 수주 경쟁에서 국내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방조제 축조기술력과 경험도 국내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편이기 때문이다. 관련 공사 입찰은 3년 뒤쯤이 유력하다. 농어촌공사는 계측 등 설계작업에 4년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인도 측에서 1년 이상 기간을 단축하기를 원해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대형 방조제를 만들어본 경험이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밖에 없는 만큼 국내 기업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며 "워낙 대형 공사이기 때문에 구간별로 컨소시엄을 잘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업 외에도 인도네시아·미얀마 등지에 방조제 기술을 계속 수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설계 수주에는 '모디노믹스'로 인도 경제 부흥을 이끌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새만금과의 인연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07년 구자라트주의 주지사 자격으로 새만금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농어촌공사의 기술력에 감명을 받아 방조제 구축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사업 추진에 따른 재원 부족으로 구상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방조제를 마음에 담아뒀던 모디 총리는 지난해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방조제 건설을 제의했고 마침내 사업이 성사됐다.
/세종=이상훈·구경우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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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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