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 순발력 칭찬할 만하지만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 마련한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17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민간 주도로 기업형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되 정부는 연구소가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뒷받침하는 역할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지능정보기술 대표(플래그십) 프로젝트, 전문인력 확충,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에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마중물 삼아 민간투자를 2조5,000억원 이상 유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전략 보고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의 대국이 끝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으로 급조한 느낌이 물씬 배어난다.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대결을 계기로 뒤처져도 한참 뒤처진 것이 입증된 국내 AI산업의 현주소가 관련 공무원들의 허둥대는 모습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AI는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수학·물리학·뇌과학 등의 기초과학과 주변 학문의 탄탄한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현장 연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충분히 파악해 AI를 포함한 지능정보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했다. 이날 나온 정부 발전전략에서는 그런 것을 고민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민은커녕 '기초연구를 튼튼히 하고 전문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발전전략이라고 내놓았다. 이런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의 배짱이 대단하다.

올해 지능정보산업 투자액도 문제가 있다. 1,388억원 가운데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 투입되는 300억원을 제외한 1,088억원은 모조리 기존 계획을 끌어다 놓은 것이다. 새 그림이 없으니 기존 그림으로 덧대 짜깁기한 것 아닌가. 막연하게 5년간 1조원이라는 예산만 제시하면 민간이 2조5,000억원을 투자하며 화답하리라 생각한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고서 안에 '민간 주도'라는 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관련산업을 옥죄는 규제들부터 풀어 민간 스스로 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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