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13년 만에 합의… 제2도약 '주춧돌'

사내하도급 2,000명 내년까지 추가 고용

노사 한발씩 양보… "자율적 타결 의의 커"

"노동생산성 향상 혁신 과제는 이제 시작"



지난 2003년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생긴 후 13년을 끌어온 갈등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현대자동차 울산하청지회(비정규직)는 17일 사내하도급 근로자 2,000명을 추가로 특별고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시행한 결과 총원 679명, 투표인원 622명 중 484명(77.81%) 찬성으로 최종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타결은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도출된 잠정 합의안이 연이어 부결되면서 세 번째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합의안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총 4,0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특별고용한 데 이어 올해 1,200명, 내년 800명을 추가 채용해 오는 2017년까지 총 6,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또 2018년부터는 정규직 인원 소요 발생 시 하도급 인원을 일정 비율로 채용해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갈등으로 쌍방이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으며 사내하도급 업체에서의 근무경력 인정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울산을 제외한 전주·아산 공장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는 지난해 8월 이미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도급 문제는 완전히 종결됐다.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2003년 3월28일 아산 공장에서다. 이후 파업과 업체 폐업, 계약 해지, 정리해고 등 수많은 문제들이 일어났다. 2005년 최병승씨가 해고된 후 회사를 상대로 한 불법파견 소송이 시작됐고 2010년 7월22일 대법원에서 서울고법의 '최씨는 현대차 직원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정규직 요구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4일 사내 하청 소속 근로자 1,941명이 서울중앙지법에 최씨와 같은 소송을 냈지만 울산 공장 내 한 사내 하청의 폐업을 계기로 11월15일부터 25일간 700여명의 울산 공장 비정규직 조합원이 울산1공장 CTS공정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사태는 현대차와 사내 협력업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정규직), 사내하청지회(비정규직) 등 5주체가 모여 '사내하청특별협의'를 열기로 합의하면서 겨우 일단락됐다. 이번 최종 가결안은 이렇게 만들어진 '사내하청특별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지난 13년을 끌어온 노사갈등의 고리가 이번에 완전히 끊겨 제품 품질 및 생산성 향상과 같은 보다 근원적인 고민에 대해 노사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장(場)이 비로소 열릴 수 있게 됐다. 재계는 특히 현대차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부의 개입이나 강제성 없이 합의를 이끌어내고 노조가 이를 직접 추인해 앞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의 밑거름이 될 만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 등 법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결국 갈등의 실마리가 남게 된다"며 "현대차 노사가 앞으로 상생하면서 회사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어느 정도 불만이 있겠지만 한 발씩 물러나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게 중요하다"며 "특히 현대차가 무기계약직 같은 특수직군 도입처럼 '꼼수'를 쓰지 않고 대승적 판단으로 문제를 정면돌파한 것도 칭찬받을 수 있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 등 진짜 당면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 전문가는 "현대차에서 노사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배경에는 고용보장만을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혁신은 외면하는 노조의 책임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이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업체에서 일한 기간에 비례해 정규직 근속기간 경력을 인정하기로 하는 등 '좋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의 모범적인 사례"라 자평하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와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co.kr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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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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