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민, 해외 사업에 눈뜨다-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최근 한 농민단체 대표와의 점심에서 나온 얘기들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3년째 계속되는 가뭄과 소비 감소로 넘치는 쌀 재고, 쌀값 하락, 수입 농산물의 시장 잠식, 농가 인구 감소, 농촌 인구 고령화…. 총선을 앞두고 있는지라 농업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농지와 물이라는 농업 인프라를 담당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도 곤혹스러운 주제였다.

하지만 대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제의 방향이 바뀌어갔다. 귀농 귀촌에 따른 농촌의 활력과 농업의 6차 산업화와 창조경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농민들의 자구책 등 주제가 비관에서 희망과 대안 모색으로 흘러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우리 농민들도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국내 농산물의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 농장 개발에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 기술 수출을 새로운 성장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는 농어촌공사 사장이 아니라 농민단체 대표가 먼저 꺼낸 말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농민들의 인식이 세계화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농민 대표는 해외 농업 지원 사업에 기업뿐 아니라 젊은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농어촌공사에서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까지 덧붙였다.

상품을 선택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가격과 품질이다. 흔히 하는 말로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경쟁력이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잣대는 가격과 품질이다. 수입산과 국내산 농산물의 가격 차이는 대부분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세계 시장과 경쟁하기 위한 규모화를 해외에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기도 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미얀마·우간다 등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에 우리 농민들이 진출해 성공적인 영농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최근 들어 해외 농장 개발에 관해 문의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젊은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입 농산물의 국내 시장 진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수세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산물 수출과 더불어 직접적인 해외 진출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생산기술력과 경영 능력이 뛰어난 대한민국 농민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농업 부문에서의 해외 진출을 통한 성공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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