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기자불립 과자불행

자고 나면 급변하는 현대사회

인지·심리 혼란 겪지 않으려면 조급하게 변화 따르려 하지 말고

정확한 상황 파악 후 대처해야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유엔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결정되고 개성공단의 남북경협이 중단됐다. 4월13일 총선에 나설 후보자의 공천 과정에서 탈락과 탈당·입당이 긴급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자고 나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 벌써 바뀌어져 있는 상황이 연일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세상사에는 변하지 않고 장기간 지속하는 측면과 상황에 따라 급박하게 바뀌는 측면이 있다. 쉽게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하던 측면이 바뀌게 되면 사람은 사태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아울러 상황에 따라 바뀌는 측면도 너무나도 급격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면 이 또한 사람을 당혹하게 만든다.

이렇게 혼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은 인지와 심리적 반응에서 변화를 보인다. 첫째, 이전에 쉽게 결정하던 일도 차일피일 미루는 지연의 반응이 나온다. 둘째, 결정을 내리고 나서 금방 후회하고 그 결정을 없던 것으로 하자는 변덕의 반응이 나온다. 셋째,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려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속단의 반응이 나온다. 넷째, 아직 상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조급의 반응이 나온다. 지연·변덕·속단·조급은 인지의 혼란을 겪을 때 사람이 보이는 상이한 반응이다. 이것은 분명 차이를 나타내지만 사람이 변화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고 나면 혼란한 정보와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인지와 심리의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자가 말하는 까치발의 역설을 참조할 만하다. 노자의 말을 들어보자. "까치발을 하고서는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서는 제 길을 걷지 못한다(기자불립·企者不立, 과자불행·跨者不行)."사람은 사태에 뒤처졌다고 생각하거나 변화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위에서 살펴본 반응의 양태처럼 허둥지둥하게 된다. 진득하게 앉아서 기다리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고 일어서는 것으로 부족해 발꿈치를 든다. 발꿈치를 들면 빨리 보고 많이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결코 오래 서 있을 수가 없다. 또 보폭을 넓혀서 한꺼번에 성큼성큼 앞으로 빨리 나아가려고 한다. 몇 걸음은 실제로 빨리 나아가지만 계속 그렇게 걸어갈 수가 없다.

까치발과 큰 걸음은 사람에게 일종의 착시효과를 준다. 처음에 많고 빠른 결과를 가져올 뿐인데도 그 과정이 지속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까치발을 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순간에만 통할 뿐 그 다음에 여전히 막막할 뿐이다. 노자의 말에 따른다면 사람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평소대로 서고 걸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다시금 세상에 진행되는 변화와 나 자신의 대응 사이에 있는 간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간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속단하고 변덕을 보이고 결정을 지연시키기만 한다면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변화의 속도에 도취돼 그 과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사태의 변화를 바라본다면 변화를 둘러싼 전체의 상을 그릴 수가 있다. 전체의 상을 포착한 다음 결정을 내린다면 늦어도 늦은 게 아니다. 늦었지만 정확하기에 헛된 걸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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