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탄핵 그림자 드리운

룰라 수석장관 임명 '검은 커넥션' 반정부 시위 격화… 부메랑으로

연방하원, 탄핵 심의 특별委 구성… 여권에서도 찬성 의원 적지 않아

경제파탄과 부패추문이 불러온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승부수가 오히려 '탄핵'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위기에 처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사법처리에 직면한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정치적 거래를 담은 감청자료가 공개되면서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브라질 연방하원은 17일(현지시간) 호세프 대통령 탄핵 여부를 심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탄핵절차를 공식화했다.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 주도로 설치된 특별위원회에는 각 정당의 의원 65명이 의석 수 비율대로 참여한다. 범여권 정당 소속 의원 44명, 야권 의원 21명이다. 특위 의원의 소속정당만 보면 호세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만 여권 의원 중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탄핵요구서와 대통령 측의 반론을 심의하며 탄핵추진에 합의하면 의회에서 표결에 부친다. 상하원에서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통과된다.

이번 특위 구성으로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역대 대통령 가운데 네 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됐으며 의회에서 가결되면 측근 비리에 연루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으로 쫓겨난 두 번째 대통령이 된다.

하원의 탄핵추진은 지난 13일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룰라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는 반정부시위로 재점화됐다. 이날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3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특히 호세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에 임명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룰라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대신 그의 영향력을 이용해 탄핵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치적 거래를 담은 전화통화 내용을 지역 연방법원 판사가 공개했기 때문이다.

탄핵 여부를 둘러싼 캐스팅보트는 호세프 정권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RMDB)이 쥐고 있다. RMDB 입장에서 연정 파트너인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정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RMDB 대표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하기 때문이다. 호세프 정권의 또 다른 연립 파트너인 브라질공화당(PRB)은 룰라 전 대통령의 수석장관 임명에 반발해 연립정권에서 철수한 뒤 탄핵을 지지하기로 했다.

한편 탄핵정국으로 8월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준비를 전담하고 있는 PRB 소속 조르지 이우통 체육장관의 사임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올림픽 주무장관이 사임하면 불과 4개월여 앞둔 올림픽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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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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