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빨라지는 사이보그화… 인간과 공존의 길은

■사이보그 시티즌 (크리스 그레이 지음, 김영사 펴냄)

인공심장 등 장기이식 인간 중가

'인공지능' 사이보그도 탄생 전망

인간과 경계선 어떻게 설정할지

사이보그 인식·윤리론 정립 필요

[사이보그시티즌] 사이보그1
사이보그 시티즌
[사이보그시티즌] 인체비례도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가 사이보그화한 그림. 그것이 인간이든 사이보그든 그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의식하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김영사


최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화제를 모으면서 과학기술과 인간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인공지능' 같은 존재가 미래 사회의 형태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 진화할 것인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의 옆집으로 '터미네이터'가 이사를 왔다. 이 사람을 같은 동네주민으로, 국가의 시민으로 인정할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오히려 이것은 간단한 문제다. 찬반의 논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사이보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사이보그는 단순히 기계인간(로봇)에 한정된 정의는 아니다. 인간의 신체에 특정한 기계적·의학적 작용, 장치를 한 것은 모두 사이보그가 된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부터 인공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때문에 갈수록 사이보그와 '순수' 인간과의 구별이 희미해지고 있다. 인간 누구나 사이보그가 될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정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새 책 '사이보그 시티즌(원제 Cyborg Citizen)'은 이런 사이보그들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즉 시민권(citizenship)을 줘서 동등한 인간으로 대접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묻고 있다. '사이보그'라는 용어 자체가 시대의 산물이다. 지난 1960년 처음 사용된 용어인 사이보그(Cyborg)는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로 유기체에 기계가 결합된 것을 말한다. 우주개발 시대였던 당시,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장기이식과 약물을 통해 개조된 인체를 '사이보그'라고 언급하면서 이런 개념이 이후 보편화 됐다.

그럼 미래의 사이보그화는 어떻게 진행될까. 저자인 크리스 그레이는 현재 고더드대학의 과학기술문화학과 교수이자 사이버문화 관련 '사이보그 핸드북' 편집자이다. 저자는 사이보그가 되는 인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공 신장·심장·간 등 장기이식을 한 인간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의학적인 개조는 생식에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 뇌사에 빠진 임산부의 육체를 보존해 아이를 살려낼 경우 생명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부른다. 나아가 DNA를 조작하는 등 유전학을 통해 인간복제도 가능해질 수 있다. 또한 사이보그 기술은 대리모, 남성출산 등의 가족문제와 성전환 등의 젠더적인 문제, 미래의 섹스, 노동과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이보그가 인공지능(AI)의 형태로 사이버상에만 존재하는 날도 곧 올 것이다. 이를 경우 인격권이나 재산권이 가능할 지와 함께 물리적인 통제문제가 생긴다. 사이보그가 순수한 인간에 보철물을 하나 끼웠든지 아니면 완전한 기계인간으로 발전하든지 사이보그는 어떤 경우에도 자의식을 발전시킬 것이다. 인간과 사이보그 사이의 경계선이 설정할 수 있을지 선을 넘은 존재를 어떻게 대우할지도 규정해야 한다.

저자는 각국 정부가 오히려 이런 사이보그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전쟁의 필요성 때문이다. 미래의 전쟁은 사이보그 병사들에게 더 의존하게 되고 대량살상무기, 정보전의 고안, 그리고 나노기술을 사용한 전사 양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막을 수 없을 듯하다. 저자는 때문에 공존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다고 강조한다. 사이보그 인식론과 윤리론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좌파나 우파의 정치적 관점들만 가지고는 사이보그화를 향한 태도들을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안정과 민주주의의 지속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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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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