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소화불량 걸린 재정사업] 상반기 10조 늘려 156조 예산 집행했지만… 현장엔 17조 안풀렸다

관리대상 사업 60%

경기진작을 위해 정부가 재정투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집행 속도가 더디다. 최경환(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공용브리핑룸에서 2016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욕심이 실제 예산집행률을 낮추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등 올해 상반기에 전년보다 10조원이나 많은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실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6일 '2016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앙부처 주요 관리대상사업 집행예산 260조2,000억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56조6,00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했지만 현장에서 쓰이지 않은 돈은 16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관리대상사업은 전체 정부사업 가운데 인건비와 기본경비·내부거래·예비비 등을 제외한 재정사업을 의미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나 출연·공공기관 등에 내려보낸 직접사업비의 10.8%가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통상 재정 조기 집행은 '상저하고'의 경기상황이 예상되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여건이 어려운 경우 경기 하방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진행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재정 조기 집행을 시행하고 있다. 예산을 조기에 투입해 경기침체 우려를 막고 연말 예산 몰아 쓰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5.7%나 늘리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조기 집행 예산은 156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10조원(7.2%)이나 늘려 전체 예산증가율을 웃돌게 편성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기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의 경우 전체 예산의 60% 이상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16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에 달하는 미집행 금액이었다. 결국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조기 집행 목표라는 과도한 식탐이 소화불량을 일으킨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상반기 실제 집행률이 낮은 정부부처사업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의 사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사업예산 가운데 실제 집행되지 않은 금액이 기초연금(7,281억원), 영·유아 보육료 지원(5,688억원), 생계급여(3,314억원), 주거급여(1,692억원) 등 1조7,975억원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일선 지자체에 일정 금액을 내려보내면 현장에서 일정액을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시혜성 사업이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환경부 하수관거정비, 상수도시설 확충, 국토교통부 지방하천 정비, 문화재청 문화재 보수경비 등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예산 조기 집행의 성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실질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효정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정부에서 현장에 예산을 내려보내더라도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이 집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 예산 조기 집행의 효과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집행금액을 조기 집행의 실적으로 발표하는 것 또한 경기진작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년 동안 6대4 정도의 비율로 상반기에 예산 조기 집행을 해왔다면 전년 동기 대비로 따져봤을 경우 성장률 변화는 매년 동일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 조기 집행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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