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가구 15%가량인 160만여 가구는 벌어들인 돈 보다 빚을 갚아야 하는 금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구는 평균 금융부채가 금융 자산의 3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일 내놓은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한계가구는 158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1,864만3,000가구)의 14.8%였다.
한계 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 가능 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이번 보고서는 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산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한계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DSR)은 평균 104.7%에 달했다. 한계가구가 벌어들이는 연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73만원이었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4,160만원이었다. 소득만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라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거나 자산을 처분하는 방법밖에 없는 가구가 160만 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비 한계가구의 DSR은 20.2%(연평균 처분가능소득 4,844만원, 원리금 상환액 981만원) 수준이었다.
한계 가구 중에서도 특히 소득이 낮고 순자산이 많은 고령층 무직자 집단에서 DSR이 높게 나타났다.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한계가구의 DSR은 121.6%였다. 30대는 989%, 50대는 104.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무직자인 가구의 DSR은 135%에 달했다. 소득 1분위인 저소득층 가구의 DSR은 125.2%로 △소득 2분위 78.9% △소득 3분위 88.5% △소득 4분위 109.8% △소득 5분위 109.0% 보다 크게 높았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더 많았지만, 한계가구는 처분할 자산도 많지 않았다. 한계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5,043만원으로 금융자산(5,779만원) 보다 2.6배나 많았다. 반면 비 한계가구는 금융자산(9,704만원)이 금융부채(6,301만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마저 위축되고 있다. 한계가구의 73.6%(116만5,000가구)는 “원금과 이자 부담을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면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한계가구 등에 대한 소득증대 대책을 통해 DSR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한계가구를 대상으로 취업 성공 패키지 등과 연계해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는 주택 소유자가 연금을 인출해 대출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매달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주택연금을 활성화 할 필요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