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녹록잖은 경영환경에... 현대차 재무통 약진

올 주요 계열사 주총 마무리

이원희 사장, 한용빈 전무 등

재무라인 대거 이사자리 올라

비용절감 등 체질개선 나설 듯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무 라인’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전통적으로 엔지니어와 영업 라인을 중용하고 재무통은 ‘넘버 2’로 보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인사에서는 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등장해 현장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판매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아지고 있는 것과 맞물려, 비용 절감을 비롯해 재무적 차원에서 그룹 전반에서 체질 다지기 노력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올해 정기주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내 이사로 신규 선임된 5명의 임원이 모두 재무라인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한용빈 현대모비스 전무, 김순복 현대글로비스 전무, 유종현 현대로템 상무, 김택규 HMC투자증권 상무 등이 이번 주총에서 처음으로 이사 자리에 오른 임원들이다.

지난해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에 발탁된 이원희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지난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 현대차 미국법인 재경담당 임원 등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업무 처리가 특히 꼼꼼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용빈 현대모비스 재경사업본부장(전무)과 김순복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전무)은 서로 회사만 바꿔 이사에 신규 선임되며 양사의 재경 업무를 통솔하게 됐다.

관련기사



이밖에 유종현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상무)은 기아차에서 회계관리실장을 역임했고 김택규 HMC투자증권 재경실장(상무)은 현대차에서 주로 회계업무를 담당하다가 올해 HMC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에서 재무라인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2015년 영업이익이 6조3,579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15.8% 줄어들자 경영 전반에서 낭비 요인을 잡아내는 재무통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재무라인 임직원들은 경영기획팀이나 종합경영분석팀에서 번갈아가며 근무하는 사례가 많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익을 지켜내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노조가 강해 인적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며 “재무통의 중용으로 현미경 들여보듯 세심한 경영진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대 출신인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달리 정의선 부회장은 경영학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따 숫자에 밝은 임원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그룹 지배구조 재편이 임박해 재무통에 입김이 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고리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재경 실무책임자인 한용빈 전무와 김순복 전무의 자리만 맞바꿔 발령한데 이어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에 선임해 사실상 양사의 재경 업무를 통합하는 효과를 냈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