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주식형 펀드 이탈 자금, 해외펀드·CMA로 몰린다

3월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서 1조4300억 빠져나가

해외 주식·채권펀드 3500억·CMA 5100억 늘어

증시 외부환경 좋아져 위험자산으로 흘러갈 가능성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 주식형 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 가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동시에 미국의 금리 동결을 계기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17일까지 1조4,310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한 주 동안에도 4,725억원이 유출되는 등 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식 투자나 공모주 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도 21조5,339억원에서 21조205억원으로 5,134억원가량 감소했다. 주식형 펀드와 고객예탁금이 동시에 감소했다는 것은 국내 주식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펀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이달 들어 4조7,880억원이 사라졌다. MMF 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을 오고 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 일부는 해외 펀드로 향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는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에 2,21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달 29일부터 비과세 해외 주식 전용 펀드가 출시된 것도 이 같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외 채권으로도 최근 1개월 사이 1,378억원이 흘러들었다. 범광진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부장은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돼 해외에서 좀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자금은 증시 주변에서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은행 예금통장과 마찬가지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증권사 CMA는 이달 들어 5,146억원이나 늘었다. CMA는 증권사의 초단기 상품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 모인다.

현금 환금성이 좋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이달 들어 ETF는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에도 3,489억원이나 순유입됐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연구위원은 "시장이 박스권을 쉽게 뚫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일부 자금이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며 "증시 외부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위험자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MA보다 다소 공격적인 MMF의 자금들은 국내 채권형 펀드에 눈길을 주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1조6,8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 가운데 사모 채권형 펀드가 1조4,140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의 부동자금이 '해외'와 '위험자산'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이 시장에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이전보다 변동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입었던 신흥국 중에서도 경제적 펀더멘털을 갖춘 아시아 신흥국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 채권 투자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자산배분 펀드, 멀티인컴펀드 등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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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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