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 경고음 커지는 서민 가계부채 악성화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잔액은 636조7,843억원으로 전년보다 53조9,000억원(9.3%)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2금융권에서도 고금리인 저축은행 여신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여신잔액은 2014년 말 30조281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5조5,838억원으로 18.5%나 급증했다. 신용협동조합(14.9%), 새마을금고(9.9%) 등의 증가율을 압도한다. 그만큼 금리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1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12.09%에 달해 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3.49%)의 3.5배나 된다. 4% 안팎인 다른 기관보다도 월등히 높다.

이는 소득이 늘지 않는 마당에 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계상황에 직면하는 서민가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부실 폭탄인 셈이다. 특히 2금융권 대출증가 대부분이 생계형 대출이라는 점에서 가계부채 악성화가 위기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생계형 대출인 기타대출 증가액은 18조원으로 2008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전체 가구의 15%가량인 160만가구가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다. 원리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구조다. 금리상승과 소득감소 충격이 겹칠 경우 채무불이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의 총량규제 못지않게 대출의 악성화를 막는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