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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끝으로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의 정책 이벤트가 마무리됐다. 각국이 내놓은 정책들은 대체로 시장 친화적인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화답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펀드 모두 3~4주간 자금이 유입되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유동성의 힘'에 기대를 하고 있다.
FOMC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타난 모습은 지난해 1·4분기 증시 호조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에서 촉발됐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금융시장 흐름을 복기해보자.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2·4분기 중반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은 각국의 유동성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모습들도 이에 비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글로벌 경기 모멘텀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의 펀더멘털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시장의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본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한국 증시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외국인에게 환차익 가능성과 주가 수준은 추가 매수를 결정하는 데 주요 변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외국인은 단기간 급락한 원·달러 환율(원화절상), 높아진 밸류에이션 등 때문에 추가 매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현재 1,15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현재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주가수익비율(PER) 11배 수준으로 최근 3년 평균인 10배를 넘어선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25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반등,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같은 경기실사지수 상승 등이 나타나면 하반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여기에 기업실적 추정치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장사들의 1·4분기 순이익 추정치(시장 컨센서스 기준)는 지난해 하반기 25조원 수준에서 최근 23조원으로 낮아졌지만 최근 에너지·화학·철강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미세하나마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직 1·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낮지만 오랜만에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올 1·4분기 실적이 최소한 시장의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