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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은 지난 정부의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을 위한 양적 성장 시기를 지나 현 정부가 추구하는 해외 자원 개발 내실화를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015년 말 기준 국내 에너지 공기업 3사의 해외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가스공사가 17개국 29개 사업, 석유공사가 20개국 24개 사업, 광물자원공사는 18개국 34개 사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사업 진출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 평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지난해 수행된 정부 주도의 해외 자원 개발 평가는 저유가 등 환경 변화에 따른 단기적 평가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따라서 공기업의 해외 진출을 성격별로 유형화하고 유형별 특성과 관리 전략을 도출하려는 최근의 시도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세부적인 유형 분류와 그에 따른 전략 도출은 차후 과제로 미루더라도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 포트폴리오 구성 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항을 한 가지 제언하려 한다. 해외 경쟁 기업과 비교해 취약한 부문, 강점을 지닌 부문이 각각 있다면 어느 쪽을 먼저 수출해야 하는가. 답은 자명하다. 우리 기업이 잘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가진 부문으로 진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금까지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은 잘할 수 있는 부문보다 자주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만 하는 부문에 집중됐다고 본다. 해외 메이저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상류 부문이 '해야만 하는 부문'이라면 공기업 설립 후 국내에서 지금까지 수십 년간 기술이 축적돼온 설비 운영 등 하류 부문이야말로 '잘할 수 있는 부문'이다.
에너지 공기업의 경쟁력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멕시코 만사니요 인수기지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가스공사와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이 멕시코에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를 건설하고 약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으로 국내 건설사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시공 능력과 가스공사의 세계 최대 규모 LNG 인수기지 운영 노하우가 집약된 사업이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우리 기업이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고 LNG 인수기지 완공 후 20년간 8억5,000만달러(약 9,800억원)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사업으로 경제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사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인프라 사업을 해외 진출형 국가 전략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건당 약 15억달러 수출 및 45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LNG 플랜트와 발전 플랜트가 패키지 형태로 발주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대표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가 협력해 대규모 해외 사업을 수주한다면 저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존 에너지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공기업이 나아갈 방향은 축적된 경쟁력을 활용한 해외 진출이다. 일부 무분별한 투자들로 인해 해외 진출 당위성 자체가 의심받는 현 상황은 국가 미래 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에너지 공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를 선별해 우선적으로 해외 진출 성공 사례를 축적하게 함으로써 점진적으로 해외 메이저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경제 성장 신모델 수립 세부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쌓아온 에너지 공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업인 공기업이 정부의 창조경제 창출 의지에 부응하는 방향일 것이다.
박선규 성균관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