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유승민 탈당 놓고 "당내 역풍 불것"VS"자기정치 결과" 극과 극

이한구 '데드라인' 앞두고 유의원에 '중대 결단' 압박

최고위도 끝까지 결론 미뤄

친유 "당의 최대 악수" 분통… 친박 "떠날 사람 떠난 것" 반박

'진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는 공관위에 비례대표 재심 등을 요구했지만 끝내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됐다. /=연합뉴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자진 탈당으로 사실상 결심을 굳힌 것은 역풍을 우려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가능한 시한인 23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고사 작전'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후보 중 한 명인 유 의원이 정치적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제 발로 당을 걸어나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사실상의 '컷 오프'로 유 의원을 내쫓은 이번 공천 방식을 놓고 당 내부에서조차 "여론악화로 인해 총선에서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위기론과 "당의 혼란을 방조하며 끝까지 '자기 정치'에 몰두한 정치인의 당연한 귀결"이라는 심판론이 교차하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탈당을 위한 데드라인인 23일 오전부터 유 의원 스스로 중대결단을 내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엄포를 놨다.

이어 오전9시부터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유 의원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한 얘기는 밖에 얘기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오늘도 그랬고 이전에도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경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했었고 유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했었다"는 말로 피해가기에 급급했다.

친박계가 절대다수인 최고위와 공관위가 합심해 의도적으로 공천 발표를 끝까지 미루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은 이날 오후3시께 칩거 8일 만에 잠행을 풀고 대구 모친댁을 방문하면서 자진 탈당 및 무소속 출마로 결심을 굳혔음을 알렸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등록(24~25일) 기간 중에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이번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 의원으로서는 이날이 탈당을 통한 무소속 출마가 가능한 데드라인이었다.

유 의원의 자진 탈당을 종용한 당의 결정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유 의원의 측근인 조해진 의원은 "유 의원의 '셀프 결정'을 압박한 것은 당의 최대 악수"라며 "민심 이반이 두려워 이런 부끄러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부터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부적절한 표현까지 쓰면서 당청의 기본 입장과 어긋나는 행보를 보여왔지 않느냐"며 "컷오프냐, 자진탈당이냐 하는 형식적인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떠날 사람이 떠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의 거취가 무소속 출마로 기울면서 측근들과의 연대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권은희·조해진 의원이 이미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류성걸 의원도 이날 "(무소속 출마와 관련한) 준비를 완료했다"며 탈당이 임박했음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권·조·류 의원 외에 이종훈·김희국 의원 등과도 힘을 합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대를 통해 '정치적 토양' 지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유 의원과 함께 몇 사람이나 살아 돌아오느냐가 앞으로 대권주자로서 유 의원의 입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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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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