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부모는 아동의 미래다

문선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크는나무 아동상담소 소장문선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크는나무 아동상담소 소장


최근 잇달아 벌어지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와 사망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동들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물론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고 아동학대 가해자 80%이상이 부모였지만 단지 사회문제화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자식은 내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관습이 여전히 남아있고 보편적으로 그러한 사고를 용납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학대신고를 받고 아동보호사회복지사나 경찰이 사실 파악을 위해 방문하면 대부분 문도 열어주지 않거나, 화가 나서 ‘내자식 내 맘대로도 못하냐’ ‘여기가 어디라고 남의 집에 함부로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고 고함치거나 아니면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온갖 욕설을 퍼부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아동보호전문요원(child protective service worker)이 이웃이나 관련된 누군가의 신고로 방문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전문공무원인 사회복지사의 존재와 권위를 대단히 두려워하며 상담에 응하고 옐로우 카드나 혹은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시키는 결정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자녀를 되찾기 위해 받아야 하는 부모교육(특별 심리상담 혹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명령이 떨어지면 반드시 참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될 때 강력하게 이러한 조항들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의 법이 지니고 있는 ‘… 할 수도 있다’라는 조항들이 학대 부모나 아동을 돕기 위한 강력한 법체계나 가족구조 원조체계를 만드는데 걸림돌이어서 지금까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현재 아동학대 개입체계에서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민간기관이나 치료기관의 개입에 대한 기본적 틀을 체계화시켜야 한다. 즉 아동학대신고의 처리, 부모나 아동을 위한 치료나 교육계획은 공공기관에서 책임을 맡고, 실제의 실천과정에서 실시되는 치료, 교육, 사후관리 등은 실제로 개입하는 민간사회복지기관이나 치료기관이 맡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부모교육이나 치료를 받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을 보호하고 무료로 탁아서비스를 하며, 만일 교육이나 치료로 인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그 시간에 해당 되는 수당도 제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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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동의 성장에 필요한 권리 가운데 국가·사회의 책임, 부모의 책임, 아동의 책임이 있다. 아동의 책임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 부모가 하는 역할을 보고 배움으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부모가 아동을 함부로 대하고 학대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학대는 세대 간에 전승된다. 실제로 많은 학대부모가 그들의 성장과정에서 학대를 자연스럽게 학습했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동학대의 감소나 치료를 위해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동들은 결국 그들의 부모에게 돌아가야 되고, 만일 부모들이 교육이나 치료를 받음으로 건강한 부모가 되어 아동의 성장에 동참한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이며, 부모로부터 분리돼 위탁가정이나 시설에서 보호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수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베이비” 그리고 “아빠학원”등 육아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훈훈한 아버지의 역할을 보면서 이러한 흐름이 보편화 되기를 희망한다. 부모들은 학대하고 싶어서 학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학대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알지 못하며, 또 자녀에 대한 자신의 행동이 학대로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국가나 사회는 그들의 책임과 역할의 하나로 적극적인 부모교육과 치료를 모든 매체를 동원해 실시해야 하며, 만일 이를 무시하거나 게을리한다면 이것 또한 사회적 방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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