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삼성 ‘수평적 기업문화 혁신’ 모범 보여라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글로벌 흐름에 맞춰 수평적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직급체계 단순화와 성과형 보상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삼성 특유의 강한 승부근성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조직혁신은 작금의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삼성은 휴대폰·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력사업에서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우위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기업병과 적당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건희 회장이 일찍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던 그대로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뉴삼성’을 기치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온 만큼 이제 내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창의성과 자발성을 북돋워 인재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고 조직의 최말단까지 혁신이 살아 숨쉬는 ‘스타트업 삼성’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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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혁신은 이제 출발일 뿐이다. 임원들이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며 서명에 나서고 의식교육까지 한다지만 타성에 젖은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리를 팀장으로 앉히는 정도의 조직개편 방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고민과 개혁방향은 우리 산업계 전반의 과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느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도 직언하는 이가 없었다”고 개탄했다. 뿌리 깊은 상명하복식 문화가 빚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삼성의 혁신작업이 이런 구태를 없애고 새로운 한국형 조직모델로 자리 잡아 한국 경제의 변화와 부활을 주도하는 모범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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