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관광대국 이렇게 만들자

"국가이미지 떨어뜨리는 저가패키지 퇴출...한국만 있는 관광상품 개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수도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호텔에서 재우는 것은 시내에 호텔이 부족하거나 비싸서가 아닙니다. 여행사나 가이드가 쇼핑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여년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업무에 종사해온 한 여행사 임원이 털어놓은 푸념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패키지 여행이라는 것이 대개 일정이 오후7시나 8시에 식사를 하고 끝나는데 이때 관광객들을 서울 시내 호텔에 투숙시키면 그들은 바로 인근 마트나 시장에 나가 쇼핑을 한다. 하지만 용인 등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면 10시나 돼서 호텔에 들어가고 지방 호텔 근처에는 매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낮에 가이드가 인도하는 면세점이나 매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이드는 면세점에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저가 패키지 관광 과정에서 결국 먼 거리 이동, 질 낮은 식사, 무리한 쇼핑 강요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셈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 업계 관계자는 “저가패키지는 어느 국가나 어느 관광객들에게 다 있다”며 “다만 중국인에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관광객 숫자가 너무 많고 그들 사회 자체의 빈부격차로 저가패키지의 해독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어차피 쇼핑을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 여행지의 쇼핑 강요에 무감각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해당 여행지 국가의 시장 교란이다. 관광상품이 부실해지고 커미션이 횡행하는 가운데 이들 책임이 모두 한국과 같은 여행지 국가의 책임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관광객들을 모아서 송출하는 중국 내 여행사들인데도 말이다. 한국 여행사들도 일단은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들 저가패키지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국가 이미지 추락은 이미 용인할 단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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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한국관광공사 격인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한 관계자는 “최근 초저가 패키지도 늘어나고 있어 일본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가는 태국에서도 중국인 저가패키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외신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중국인 관광객 대상의 저가패키지 대책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상식 이하의’ 저가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중국인 전담여행사에서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저가의 기준은 대략 요금을 하루 5만원 아래로 본다. 양무승 여행업협회장은 “저가패키지 단속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일시 줄어들 것은 감수하고 있다”며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행사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과 쇼핑거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서나 널린 상품으로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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