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정기예금의 굴욕

은행주 배당 수익률, 정기예금 금리 두배로 치솟아

세테크 측면서도 배당주 투자가 예금보다 훨씬 유리





계속되는 저금리로 정기예금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은행주 배당 수익률이 정기예금의 두 배까지 치솟았다. 은행에 목돈을 맡기는 것보다 은행 주식을 사는 것이 수익률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얘기다. 수 십년간 중산층의 주요 재태크 수단이었던 ‘예금의 굴욕’이라고도 할 만하다.


특히 은행들이 자본확충 등을 위해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가운데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은행 주가 오름세는 더뎌지면서 배당 수익률이 정기예금 수익률을 크게 앞지르는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올해 배당 성향을 지난해 21.6%에서 24.0%로 올리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한금융의 올해 총 배당금은 6,310억원으로 주당 배당금은 1,200원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의 배당수익률은 2.95%로 확정됐다. 배당수익률에서 기준이 되는 주가는 주주명부폐쇄일 2매매일 전부터 과거 1주간의 최종 시세 산술평균가를 통해 산출한다. 이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1주당 산술평균가격은 4만738원이며 주당 배당금이 1,200원이므로 2.95%의 수익률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2.01% 수준이었지만 신한금융 주가 하락과 배당 확대가 맞물리면서 배당 수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신한금융의 주당 배당금이 1,000원을 넘은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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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5~1.6%에 불과하며 세금을 떼면 실질 금리가 1.2~1.3%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정기예금의 금리보다 배당 수익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소액주주가 고배당 기업의 주식에서 받는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종전 14%에서 9%로 인하돼 15.4%의 세금을 떼는 정기예금보다 세테크 측면에서도 배당수익이 훨씬 유리해진 상황이다.

25일 정기 주총을 실시하는 다른 은행지주회사들 역시 고배당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배당성향도 22.3%로 지난해의 21.5%보다 소폭 늘었다. 주당 배당수익률도 2.9%로 지난해 2.0%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KB금융의 주당배당금은 980원이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배당성향이 21.1%로 지난해 18.5%에 비해 높아졌고 배당수익률도 1.88%에서 2.75%까지 상승했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배당수익이 더욱 높아졌다. 우리은행의 올해 결산 배당액은 주당 250원으로 배당수익률은 2.7%이지만 지난해 중간배당을 했던 250원을 포함할 시 배당수익률은 5.5%까지 치솟는다. 물론 은행들의 주가가 오르지 않아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 주가가 올라 배당수익률이 낮아진다 해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여러모로 정기예금보다 주식 투자가 유리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각 금융회사 수장들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인 자본 등에게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어 정기예금 수익률을 배당수익률이 압도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저금리 시대 안정적인 투자처로서 신한금융의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유연한 자본정책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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