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욕설·섹스·술…적당한 일탈은 약이다

[신간]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한빛비즈 펴냄

과학적 자료·실험 앞세워

일탈 속 숨겨진 혜택 증명

'욕설-통증 지각' 연구로

이그노벨상 평화상 받기도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선보기 하루 전에 홀딱 삭발을/비 오는 겨울밤에 벗고 조깅을…’(자우림 ‘일탈’ 中)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에 한숨짓던 누군가가 ‘화끈하고 신나는 일’을 떠올린다. 머리에 꽃을 달고 나다니며 민머리를 처음 본 남자 앞에 들이밀고 나체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일련의 행위는 ‘편안한(정해진) 길에서 빠져나간다’는 일탈(逸脫)이란 제목에 딱 맞는 것들이다.


일탈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동선에 반하는,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으로 금기시됐다. 섹스, 음주, 욕, 게으름… 그런데 남들이 하지 말라 했던 이 나쁜 짓에 우리가 알지 못한 수많은 이익이 숨어 있다면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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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펴낸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는 과학 연구와 실험을 통해 숨은 이점이 있는 일탈행위를 알려준다. 앞서 말한 섹스, 음주, 욕, 게으름도 물론 포함된다.


가장 눈에 띄는 장은 바로 ‘욕’에 대한 부분이다. 욕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부정적이고 불쾌하며 적대적이다. 저자는 그러나 통증과 아픔을 다스리는 도구로서의 욕설, 치매를 확인하는 방법으로서의 욕설 등 육두문자의 이로움을 주장한다. 그것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실제로 저자는 ‘욕을 하면 고통을 더 참을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다. 먼저 자원자들에게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로 최대 5분까지 참을 수 있는 만큼 견디라고 요청한다. 그다음 손을 담근 상태에서 중성단어와 욕설을 내뱉게 한 뒤 어느 쪽이 더 오래 견디는지를 측정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욕을 반복적으로 했을 때 피실험자가 견디는 시간이 길었고, 덜 고통스러웠다는 답변도 많았다. 몇 차례의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욕이 공격적인 감정을 통해 통증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연구로 저자는 2010년 괴짜(이그) 노벨상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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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 욕구임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대화 주제로는 여전히 불편한 ‘성’(性)에 대해서도 화끈한 이야기를 펼친다. 목차에 나열된 섹스의 숨은 이점 중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섹스를 하면 동안이 된다’는 문장이다. 저자는 성관계 장면을 직접 관찰하면서 표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실험, 오르가즘 중 자신의 표정을 직접 촬영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예시로 제시하며 ‘활발한 성관계의 숨은 혜택은 안면근육을 운동시켜 젊고 건강한 외모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도출해낸다. 기상천외한 인간·동물 대상 실험이 예시로 소개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술도 섹스 못지않게 많은 이에게 기쁨을 주는 쾌락 활동 중 하나다. 책은 ‘음주는 물질적인 중독보다 심리적인 문제에 가깝다’며 ‘자제력’을 전제로 음주의 숨은 이점을 소개한다. 알코올이 옛날부터 의사들에게 전통적인 치료 도구였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브랜디는 심장박동과 혈압을 급속도로 증가시켜 19세기 후반엔 강심제로 널리 처방됐다. 저자는 ‘적정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을 증명해나간다. 예컨대 영국 학자들이 런던 거주 공무원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을 조사한 뒤 14년 후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고, 반면 적정 음주자 집단에서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훨씬 낮았다. ‘이 정도는 약’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참으로 증명되는 순간이다.

책의 기본 전제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일탈’이다. 모든 장마다 ‘적당한’, ‘어느 정도의’ 라는 단서가 붙어 누군가에겐 싱거울 수 있겠다. 다만, 마냥 ‘균형을 깨는 무엇’이라며 피했던 것들을 통해 일상의 활력을 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선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난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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