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는 재산변동 내용을 신고할 때 본인뿐 아니라 부모나 자식 등 직계가족의 재산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은 독립 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의 부양을 받는다면 굳이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가족이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있어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거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직계존비속에게 명의신탁을 하거나 변칙증여를 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반쪽짜리 재산공개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재산공개가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철저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가족 전체의 재산을 모두 공개한 공직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재산공개 과정에서 예외조항을 한층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일정 직급 이상은 직계존비속의 재산공개도 의무화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허위·부실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다. 인사혁신처가 사후조사를 실시했더니 전체의 13%인 411명의 신고내역이 실제와 달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과태료 부과는 기껏해야 10명에 머물렀을 뿐이다. 엄격한 검증절차를 통해 재산공개가 단순한 통과의례라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