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들도 “신문보고 알아 부끄럽다” 자성
글로벌지수 깜깜이 땐 ‘제2 코데즈’ 불보듯
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든 코데즈컴바인의 주가 급등이 글로벌 지수인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FTSE) 스몰캡지수’ 편입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해당 지수에 신규 편입된 다른 종목 역시 지수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이 18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일부 종목은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해당 종목들의 FTSE 지수 편입 사실이 정작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코데스컴바인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3월 FTSE 지수 편입 종목 정기 변경을 통해 스몰캡지수에 신규로 포함된 국내 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6곳으로 집계됐다. 코데즈컴바인 외에도 동양, 벽산, 나이스(NICE), 나이스평가정보, 신영증권, 다원시스, 크루셜텍, 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 디오, 펩트론, CJ프레시웨이, 세방전지, 에머슨퍼시픽, 모두투어 등 총 16개 종목이 FTSE 스몰캡지수에 새로 편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SK커뮤니케이션즈와 EG, 디와이파워, 금호전기는 스몰캡지수에서 제외됐고 GS리테일과 오뚜기는 덩치를 키워 미들캡(중형주) 지수로 자리를 옮겼다.
FTSE 스몰캡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들은 편입 발표 직후부터 외국인 자금이 대거 몰려들었다. 신규 편입 종목 16곳의 지난달 외국인 매수규모는 6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수 편입 발표 직후인 이달 3일부터 25일까지는 1,135억원으로 무려 18배나 증가했다.
특히 세방전지는 지난달 2,100만원에 불과하던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지난 3일부터 25일까지 78억원으로 370배 넘게 급증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동양은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지난달 31억원에서 지난 3일 이후 25일까지 196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또 신영증권과 펩트론, 나이스 등도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 달 새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코데즈컴바인의 경우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이 지난달 3억원 수준에서 실제 지수 편입일(21일) 직전인 이달 18일에는 38억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지수 편입 이후 외국인 자금의 동향이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곳들도 눈에 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41억원 가량 내다 팔던 모두투어는 지수 편입 발표 이후 134억원 어치를 사들였으며, 한올바이오파마도 지난달 13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이 지난 3일 이후 154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벽산과 디오 역시 외국인 자금이 매도세에서 매수세로 방향을 바꿨다.
갑자기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것은 지수 편입에 맞춰 해당 종목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는 패시브 자금과 이 과정에서 차익 거래를 노리고 선취매하려는 액티브 자금이 한데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지수에 신규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의 매수세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게 마련”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수 편입에 앞서 미리 싼값에 주식을 매수한 뒤 차익 실현을 하려는 액티브 자금도 함께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수 편입 이후 외국인 매수규모가 늘어난 13개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12개였고, 이 가운데 10개 종목은 같은 기간 코스피(1.86%)와 코스닥(3.17%) 상승률을 모두 웃돌았다. 코데즈컴바인은 지수 편입 발표 직전인 지난 2일에 비해 25일 종가 기준으로 무려 233%나 뛰어올랐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정점을 찍던 지난 15일에는 주가가 6배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디오(22.15%)와 한올바이오파마(21.03%), 신영증권(15.13%), 벽산(14.05%) 등도 지수 편입 이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동양(9.55%)과 세방전지(9.52%), 펩트론(5.98%), 모두투어(4.51%), 다원시스(3.53%) 등은 같은 기간의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을 넘어섰다. 결국 해당 기업들의 FTSE 지수 편입 사실을 알고 미리 투자를 했다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FTSE 지수 편입의 호재를 수익 창출의 기회를 삼는 동안에도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국내의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보고서는 물론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해당 종목들의 편입 사실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코데즈컴바인의 지수 편입 사실도 서울경제 보도를 통해 처음 투자자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투자정보 제공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비해 FTSE는 한국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뒤처지는 만큼 국내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들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거래소라도 주기적 종목 변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의도 증권가가 FTSE 지수를 외면하는 사이 코데즈컴바인 사태가 터져도 정작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 급등의 배경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던 코데즈컴바인의 FTSE 지수 편입 여부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애널리스트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FTSE 스몰캡지수 신규 편입 종목 16곳 가운데 코데즈컴바인, 나이스, 신영증권 등 3곳은 최근 1년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종목 보고서가 단 한 차례도 발간되지 않았다. /김현상·박호현기자 kim01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