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한 KT‘황의 마법’은 올해도 계속될까?


KT는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 창출에 성공하며 지난 2012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업계에서는 KT의 1조 클럽 재진입을 이끈 황창규 KT 회장의 경영전략을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한 KT를 변화시킨 황 회장의 경영을 일컬어 ‘황의 마법’이라고 말한다. 과연 KT는 황창규 회장이 부린 마법으로 진정한 반등에 성공한 것일까?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2015년 KT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KT는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2조2,812억 원, 영업이익 1조2,9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0.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918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KT는 2012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며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우선 KT는 주력 사업인 무선사업에서 7조3,7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선사업 매출은 LTE 가입자와 데이터 사용량 증가, 데이터 부가상품 판매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지난해 말 KT의 LTE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71.1%인 1,283만 명을 기록했는데 연간 가입자 당 평균 수익(ARPU)은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4분기 ARPU 역시 3만6,491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0.8% 성장했다.

미디어 · 콘텐츠 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10.2% 증가한 1조6,623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콘텐츠, 초고화질(UHD) 채널 확대에 힘입어 IPTV 서비스 가입자도 65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KT의 실적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취임 2주년을 맞은 황창규 회장의 과감한 경영 전략이다. 지난 2014년 1월 KT 수장에 오른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기가토피아(Giga Topia)’와 이동통신시장 1등 도약을 위한 ‘1등 DNA’를 강조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기가토피아’를 새로운 KT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향후 3년간 4조5,0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메가급 초고속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014년 10월 국내 최초로 기가인터넷 상용화를, 지난해 6월에는 세계 최초로 ‘기가 LTE’ 상용화에 성공하며 그의 취임 일성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후 황 회장에겐 ‘황의 법칙’에 이은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기가 전도사’다. 유 · 무선 시장에서 모두 기가 시대를 연 황 회장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혁신은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국내 최초로 음성 · 문자 기본 무제한에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나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KT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음성 무제한 서비스가 고가요금제에만 제공돼온 만큼, 고가요금제 가입자의 감소로 인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KT 가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경쟁사들도 앞다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황 회장에게 취임 2년 차는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1년 차에는 한없이 고꾸라진 KT의 반등을 위한 초석을 닦는 데 시간을 보냈다면, 2년 차는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었으니까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황 회장의 절박함이 담긴 승부수였습니다. KT 내부에서도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하며 이 요금제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 회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된 직후 KT가 ‘기가 LTE 상용화’를 공식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한층 빠른 기가 LTE의 시너지는 기존 가입자들을 만족시키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황 회장이 KT에서 선보인 2년간의 성과는 꽤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KT의 변화를 이끈 황 회장에게 기존 ‘황의 법칙’ 대신 ‘황의 마법’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그가 보여준 ‘황의 마법’이 만약 ‘황의 마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법은 마력(魔力)으로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만드는 일종의 술법(術法)이다. 반면 마술은 여러 가지 트릭과 재빠른 손놀림 등 다양한 속임수로 불가사의한 일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일종의 기술이다. KT의 1조 클럽 재진입은 과연 황의 마법일까, 황의 마술일까?


황의 마법? 황의 마술?
황창규 회장이 처음 KT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통신업계의 기대는 상당했다. 삼성 CEO 출신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황의 법칙’을 전파하며 성공신화를 쓴 그였기에 그 기대감은 매우 컸다. 업계에서는 그가 통신시장에서 보여줄 또 하나의 ‘황의 법칙’에 주목하며 KT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다. 일단 수치상으로 그가 보여준 KT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부정적 요소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지난해 영업이익 1조 달성에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일부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결코 KT가 잘해서 1조 클럽에 재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KT가 1조 클럽에 재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황 회장 취임 이후 진행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감소와 설비투자 감소의 영향, 즉 일종의 ‘착시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KT의 지난해 인건비는 전년 대비 15.7% 줄어든 3조3,035억 원이었다. 전체 영업비용도 전년보다 7.6% 줄어든 20조9,883억 원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KT는 총 2조3,970억 원을 집행했다. 이는 당초 제시했던 연간 설비투자 가이드라인 2조7,000억 원과 비교해 88.8% 수준이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연초 제시한 수준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측면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올해는 약 2조5,000억 원을 연간 설비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황 회장이 ‘기가토피아’를 앞세우며 선언했던 유선사업 성장은 사실상 실패로 귀결됐다.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등 KT의 유선사업은 KT 전체 매출의 약 25%에 달한다. 하지만 유선사업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KT 유선전화 매출은 2조3,1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사실 유선전화 매출 감소는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부터 유선전화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KT도 이를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문제는 KT가 유선전화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세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마저 매출감소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KT 초고속인터넷 매출은 1조 7,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기가인터넷 가입자 100만 돌파’를 자랑스럽게 발표했던 황 회장과 KT로서는 당연히 머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 직영점을 운영하는 점장 A씨는 말한다. “사실 기가인터넷은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기존 가입자들의 약정이 끝나면 같은 가격에 기가인터넷으로 바꿔주는 형태죠. 지난해 말에는 몇몇 지점과 인터넷 가입센터에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현금 지원액수를 높여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해요. 그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00만 명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만들기 위해 내려온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현재 KT는 초고속인터넷(점유율 42%, 840만 명)과 유선전화(점유율 81%, 1,330만 명)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당장 KT가 2등 사업자에게 1등 자리를 내줄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KT의 청사진인 기가토피아의 근간에 유선사업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을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인터넷TV(IPTV) 시장의 경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라는 빅딜이 예정돼 있다. 시장 1위 KT가 빅딜로 인해 영향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KT가 LG유플러스와 함께 이번 빅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는 황창규 회장의 임기 마지막 해다. 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황 회장이 연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가토피아 실현과 1등 DNA 활성화라는 황 회장의 목표를 확인하기에는 3년이란 임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단서 조항은 있다. 지금의 실적이 허상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고, 추락한 주가를 원상복귀시켜 기업가치 제고에 성공해야 한다. 과연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든 황창규 회장은 KT에서 진정한 ‘황의 마법’을 보여줄 수 있을까? 통신업계의 눈과 귀가 KT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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