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M아카데미] 뉴노멀 시대의 투자 전략

이춘원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글로컬' 전략 앞세워 지속적 수요 창출해야

이춘원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이춘원 성균관대 MBA ‘SKK GSB’ 교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좀처럼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각국마다 천문학적 숫자의 유동성 제공과 전대미문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의 활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상황은 단순히 금융위기로 인한 일시적 어려움이 아니라 전체 흐름으로 보면 오히려 지극히 당연한 변환기라고 할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대부분은 제조업에 기반을 뒀다. 중국·인도·베트남 등으로 이어지는 생산라인은 이미 세계 경제를 과포화 상태로 만들었고 이에 따라 가격과 소득·고용은 여전히 지속적으로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가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거듭나며 겪었던 대공황의 진통처럼 이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초래한 생산성 향상이 수요를 앞지르며 과공급·저수요·저가격·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현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는 폴 새뮤얼슨은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다시금 대공황을 맞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적중하지 않았다. 전쟁이 초래한 수요 충격에 근거한 예측이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전쟁을 통해 제조업 기반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새로운 경제의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할 지금 기업가나 투자자 입장에서 우리는 이 같은 저성장의 난관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해답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재편되고 있는 서비스업 중심 경제의 핵심적 수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선제 공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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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서비스 산업 중심의 경제가 어떠한 모습일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삼성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하는 스마트기기와 플랫폼·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유 서비스와 지식기반 상품들이 매일 창출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비즈니스에서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라고 할 것이다. 지식기반의 서비스 산업 경제에서 많은 것들이 공유와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그러한 환경에서 진입장벽의 상대적 경쟁우위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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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해법은 로컬서비스와 로컬네트워크 선점이다.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모방자가 나타나고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역적으로만 가능한 서비스 사업을 누군가 독점한다면 아무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도 그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떠한 비즈니스가 어떠한 지역적 과점을 선점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많은 보관비 (storage cost)를 필요로 하는 사업, 급변하는 지역 소비자 취향에 재빨리 대처하는 능력과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사업, 규모의 경제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주문제작이 필요한 사업 등과 같은 사업영역은 다른 글로벌 경쟁자가 쉽사리 모방하거나 달리 수월하게 습득할 수 없는 진입장벽을 제공할 것이다. 트랙터를 제조하는 존디어 같은 기업도 유사한 트랙터를 제조하는 다른 글로벌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겠지만 사용하는 기계의 서비스는 지극히 지역적일 수밖에 없다. PC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은 세계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특정 나라, 특정 지역, 특정 산업에서만 필요로 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는 그만큼 모방하기 힘들고 규모의 경제로 쉽사리 따라 잡을 수도 없다. IBM이 왜 PC 사업을 오래전에 매각하고 서비스 사업에 치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성장의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사업가나 투자자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제조·금융·테크놀로지·통신·의료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지역적 독점을 누리며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나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투자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을 인지하고 대응할 자세를 갖췄지만 동시에 경쟁우위의 궁극적 기반을 바탕으로 각각의 로컬 시장의 차별성과 특수성을 공략하고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글로벌-로컬’ 전략이야말로 새로운 변환기를 맞은 세계 경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한 블루오션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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