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최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로운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당국은 상반기 중 시행방안을 만들어 조사업무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TF에 참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초 증권법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받은 국내외 증권범죄 사례 연구 결과를 유형별로 분석하는 단계”라며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범죄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나 시세조종, 부정거래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미공개정보 2~3차 수령자의 주식거래와 거짓으로 호가를 대량 제출하는 등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최대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부당이득 규모는 사법부에서 증권 범죄자의 과징금과 형량을 결정할 때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아직 금융당국 내부에는 부당이득 산정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한 바이오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2차로 받은 주식투자자 A씨가 해당 종목에 투자한 뒤 20% 올랐는데 주식시장 전체의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10% 더 상승해 총 30%의 차익을 실현했다면 구체적인 부당이득 취득규모가 얼마인지 판단할 근거가 모호하다. 또 주식투자자 B씨가 투자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평균 10% 하락한 발광다이오드(LED) 업종의 특정 기업 주가를 40% 높여 차익을 얻었을 때도 어느 수준까지 부당이익을 산정할지 결론 내리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논리를 적용한 ‘고무줄 제재’을 내놓기 일쑤였다. 또 사법부도 증권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 합동 TF에서는 코스피·코스닥 등 시장 지수나 관련업종 전체의 주가 흐름을 부당이득 산정 때 고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A투자자의 부당이익은 20%로 계산되며 B투자자는 10%의 손실을 회피하고 40%의 차익을 얻어 총 50%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A투자자는 기존보다 적은 과징금을 낼 수 있지만 B투자자는 더 강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증권범죄에 이런 방식의 기준을 적용해 행정제재나 사법 판결을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B투자자의 증권범죄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부당이득 산정기준이 바뀌면 더 많은 과징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증권범죄자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실현 부당이익과 아닌 것을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