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건국 83년 만에 여성이 처음 참정권을 행사한 12일(이하 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남성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총 20명 안팎의 여성이 선거를 통해 공직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지방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이번 선거에 등록한 유권자 148만6,477명 중 70만2,542명이 투표에 참여해 47.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율을 발표하면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주데아 알카흐타니 선관위원장은 14일 트위터에 '여성 투표율이 81.6%'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전체 투표율 집계로 역산하면 남성 유권자의 투표율은 약 44%다. 이번 선거에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13만637명으로 남성(135만5,840명)의 10분의1에 불과했지만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여성의 참여가 뜨거웠던 셈이다. 여성 유권자의 선거 참여 열기는 고학력 여성이 많은 대도시뿐 아니라 낙후한 지방에서도 높았다.
14일 자정까지 잠정 개표집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20명선으로 예상된다. 이 예상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의원 수 2,106명의 1% 안팎으로 매우 낮은 비율이다. 전체 후보에 대한 여성 후보의 비율이 14.2%(6,917명 중 979명)라는 점을 고려해도 저조한 성적이다. 하지만 이번 첫 투표를 계기로 향후 여성들의 사회·정치 참여가 늘어나는 등 여권이 신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여성운동가 노라 알솔와얀 마즈마대 교수는 "(여성 후보가) 많이 당선되면 좋겠지만 당선자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선거가 사우디 사회 여러 곳에 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