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감정평가 업계와 종로구청은 종로구의 표준지 최고지가인 영풍빌딩을 교보빌딩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는 이미 확정됐지만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께는 종로구 표준지 최고지가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20년 이상 유지한 표준지 ‘영풍빌딩’=2015년 기준 종로 대로변 남측에 위치한 영풍빌딩의 지가는 3.3㎡당 1억4,388만원으로 종로구 표준지 최고지가를 기록했다. 맞은편의 SC빌딩은 3.3㎡당 1억4,124만원, 종로 대로변 북측의 교보빌딩은 1억4,025만원(3.3㎡당)이다. 영풍빌딩은 이 같은 종로구 표준지 최고지가 자리를 20년 이상 유지해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영풍빌딩이 종로구 표준지 최고지가로 정해진 것은 지난 1993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진동과 수송동 일대 재개발로 종로의 상권과 유동인구 흐름이 크게 변하면서 표준지 최고지가 교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종로구 공시지가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감정평가사들이 종로구청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 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평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제도가 시행된 후 대표적인 표준지를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다”며 “올해 처음으로 종로구 표준지 최고지가를 영풍빌딩에서 교보빌딩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도 “최근 들어 종로 일대 상권이 디타워나 그랑서울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종로구 부동산평가위원회에서 표준지 공시지가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이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면 국토부에서 이를 최종 결정한다. 국토부 측은 “감정평가업계와 지자체가 제시하는 의견을 듣고 결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한복판 종로 부동산 지형이 바뀐다=통상적으로 표준지 최고지가는 쉽게 바꾸지 않는다. 한 예로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는 13년 연속 표준지 공시지가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도 “표준지 최고지가가 실제 해당 지역의 최고 시세는 아니지만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에서 이처럼 쉽지 않은 표준지 최고지가 변경을 고민하는 것은 최근 종로 일대의 부동산 지형이 그만큼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성범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평사는 “종로대로 남측인 영풍빌딩과 서린빌딩은 수년 동안 종로의 주요 업무지구로써 최고지가를 유지해온 반면 종로대로 북측인 교보빌딩 일대는 소규모 필지로 구성된 상업지대로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남측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필지 병합 등을 통한 대단위 개발을 통해 디타워·그랑서울·타워8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준공되면서 유동인구의 양과 성격이 종로대로 남측을 추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종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도 “표준지 최고지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근 교보빌딩 일대가 폭넓게 개발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