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여야의 20대 총선 공약에 대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행계획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나 고민이 빠졌다’고 촌평했다. 새누리당의 일자리 창출 관련 공약에 대해서는 “숫자 수정과 중복의 범벅(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재원 확보가 어려워 가장 우려되는 공약(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국민의당에는 “신생 정당으로서 응당 보여야 할 정체성이 없다(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혹평이 쏟아졌다. 총선의 특징상 유권자들이 전국을 아우르는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해도 무책임한 부실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공약이 재원 추계도 없는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뭇매를 맞은 가운데 그나마 “야권의 가계부채 공약 등을 보면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실사구시적 특징이 엿보인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3당 공약에 250조원 필요한데 재원대책은 부실=△U턴기업 경제특구로 일자리 50만개 창출 △노인일자리 79만개 창출 △일하고 싶은 엄마들을 돕는 마더센터 건립 △고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시 등은 새누리당의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더민주에서는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매월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미취업청년에게 매월 60만원씩 구직수당 지급 등이, 국민의당에서는 △간병 서비스 확대 △공공병원 건립 등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은 일자리 숫자 부풀리기, 더민주는 복지 무상 포퓰리즘으로 특징지워진다”며 “세상은 바뀌었는데 1990년대식 정책 제안만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우려는 실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각 당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공약 이행에 4년간 56조원을,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5년간 각각 147조9,000억원, 46조2,000억원이 필요하지만 재원대책은 부실하다. 새누리당은 저성장 속에서 세수 증가분으로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억지스러운 대책을 내놓았고 더민주도 사회적 이견이 큰 국민연금 활용과 법인세 인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지역 인프라 사업 예산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와 재원조달 방안의 미스매칭(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과 교수)” “일단 공약부터 질렀을 것(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 “철새 정치인으로 뒤죽박죽돼 당의 진정한 색깔을 반영했는지 의문(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스쿨 교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업대책, 기초연금 등 핵심 못 짚어=기업 관련 공약은 고용 이슈에 집중돼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기업에 청년채용을 할당하는 내용이, 새누리당은 청년계층의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백웅기 교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철강·조선 등 산업 재편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인데 (기업에서 나오게 되는) 이들을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더민주의 기초연금 공약은 전문가들부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부에서조차 오는 2018년 기준으로 6조4,000억원이 더 들어 정책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태일 교수는 “대선까지 생각한다면 이런 공약이 나올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세수부족 속에 국민연금 활용 방안에 대한 고견도 많았다.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가치판단의 영역이다. 500조원 중 10% 이내라면 고려할 만하다(김상조 교수)”는 긍정론과 “국민연금을 개발사업 재원으로 쓸 목적으로 공공성을 강조하면 안 된다(김용하 교수)”는 부정론이 맞섰다. /세종=이상훈·구경우·조민규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