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이 업계 최초로 나노 가공을 거쳐 어떤 오염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남성복을 들고 나왔다. 특히 이번 신상품은 지난해 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원톱을 맡은 이서현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혁신 상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9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 사장의 혁신 시리즈로 실적난을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31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수 년간의 연구를 거쳐 탁월한 발수 성능은 물론 오염 방지 기능을 갖춘 나노 가공 팬츠와 셔츠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미팅 중에 커피나 와인, 소스 등을 옷에 흘리더라도 손으로 가볍게 털거나 휴지로 닦는 것만으로도 얼룩이 남지 않고 완벽하게 제거된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도 바지 밑단이 젖을 일이 없다.
원리는 일명 ‘연잎 효과’다. 연잎에는 물방울이 떨어져도 흡수되지 않고 방울져 스르륵 흘러내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돌기들이 물방울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빈폴은 미국 ‘나노텍스’사의 나노 가공 기술을 업계 최초로 면이나 리넨 등 천연 소재에 적용해 연잎처럼 작은 돌기가 있는 소재를 만들어 냈다. 원단의 겉면을 코팅하는 통상적인 방수처리법과 달리, 10억 분의 1 이하 크기인 나노 입자가 섬유질 하나하나에 달라붙어 원사 자체를 코팅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섬유는 액체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쉽게 오염되지만 섬유를 나노 가공기술로 처리할 경우 섬유 고유의 자연스러운 촉감과 투습성을 유지하면서도 미세 입자가 투입되지 않아 방수·오염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브룩스 브라더스의 셔츠와 넥타이, 켈빈클라인의 셔츠, 리바이스의 치노팬츠 등의 상품이 나노 가공 기술을 적용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나노텍스사의 나노 공정 기술 인증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꾸준한 연구와 수십 차례의 제품화 시도 끝에 이번 상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능성 의류지만 비즈니스 정장으로 손색없는 투박하지 않은 디자인도 장점이다. 봄·여름 시즌 인기인 화이트 데님팬츠와 치노팬츠, 반바지 등 다양한 색상과 길이의 팬츠와 함께 베이직 타입의 셔츠와 깅엄, 하운드 투스 등 체크 패턴을 넣은 셔츠까지 갖췄다. 가격은 12만8,000원~18만8,000원.
‘신소재 의류’와 패션에 IT를 접목한 ‘스마트 웨어’ 등 혁신 의류는 이서현 사장의 오랜 관심 분야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전부터 신소재 연구개발팀 산하에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스마트웨어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온 이 사장은 지난해 봄 시즌 드라이클리닝 없이도 물빨래가 가능한 ‘빈폴 리넨 피케 티셔츠’를 출시했다. 올 초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태양광 패널을 적용한 클러치백과 심전도 체크를 할 수 있는 스포츠 의류 등 다양한 스마트 웨어를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