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메일이 도착했습니다"-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필자는 소통의 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중시하는 편이다. 공사 내부 홈페이지 '공감마당'을 통해 비교적 자주 글을 올리고 있다. 월례조회도 있으나 15분 정도의 조회사로 필자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긴급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사업장을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참여에 한계가 있다. 그 부족한 틈새를 글로 보완하고 있다.

주제는 다양하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항목은 목표매출액 달성 대책과 영업이익 실현 방안이다. 중지를 모으는 차원에서 상황을 공유한다. 인사철이 되면 직원들의 촉각이 예민해짐을 고려해 인사방향을 미리 알려준다. 분위기가 많이 진정된다. 노사 간의 협상 내용은 조심해서 접근하지만 전 직원이 알아야 할 사안은 회사의 입장을 밝힌다. 필자의 여름휴가나 명절 단상이 간혹 약방의 감초 격으로 끼어든다.

글을 올리고 나면 상당수 직원들이 댓글을 달거나 의견·소감을 e메일로 보내온다. 업무 관련 아이디어나 제안도 많다. 사장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내용도 빠지지 않는다. 더러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평소에 기회가 없었거나 카톡·문자로 보내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자신을 추천하는 글도 있으나 무겁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간 받은 e메일 중에서 몇 가지 소개해본다. 본사에 근무하는 한 차장급 직원은 판촉강화의 일환으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우리 공사에서 생산하는 골드바·기념메달·복사방해용지 같은 제품을 아마존닷컴에서 판다면 매출·수출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차적으로 700만 재외동포를 타깃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경산 화폐본부의 한 여직원은 사장의 e메일이 도착하면 궁금해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곧바로 열어본다면서 '사장님, 회사 살림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깝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상의 작은 업무에서도 꼼꼼히 체크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습니다.'라고 적어왔다. 여권과 주민등록증을 제조하는 ID본부의 한 직원은 10년 전 노조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협상이 답보상태를 맴돌고 있던 지난 8월 말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상대방, 즉 노조에 져준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딴따단다딴' 하면서 e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가 울린다. 잠시 쓰기를 중지하고 '열기'를 꾹 눌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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