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따라갈 영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란 감독이 원작을 재해석하다 보니 어떤 관점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내용과 강조점이 달라집니다. 때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이 되기도 하죠. 장예모 감독의 ‘인생(1994)’과 위화의 소설 ‘인생’은 등장인물과 배경이 같지만 전개방식이나 결말 등이 서로 다르답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좀 더 희망적이죠.”
11일 오전 10시30분.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 시청각실에는 3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여성들이 강안(사진) 안양대 교수의 고인돌 강좌 ‘삶과 욕망에 대한 성찰-고전문학과 영화’ 그 두번째 시간에 참석해 1994년 장예모 감독의 ‘인생’을 위화의 원작소설과 비교하면서 강의를 들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강 교수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인한 청 왕조의 몰락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했던 중국의 근대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영화의 배경 이해를 도왔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푸구이가 도박에 빠져 가세를 탕진하고 1940년 국공내전에 끌려가 공산당이 되어 돌아온 후 가난한 농부로 전락하고 만다. 뒤이어 1950년대 대약진운동 시기를 지나면서 아들 유정이 죽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벙어리 딸 봉화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비운의 사나이가 겪었던 일생이 영화의 기둥줄거리다.
강 교수는 소설가 위화와 감독 장예모가 살아온 삶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영화와 원작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강의를 이어나갔다. “두 사람은 1950년대의 대약진운동과 1960년대 문화대혁명 등 중국의 정치사회적 대격변기를 관통해 온 사람들이지만 살아온 배경이 달라요. 발치사에서 작가가 된 위화는 원작에서 주인공 푸구이가 아들과 딸, 아내 그리고 사위와 손자까지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형식으로 소설을 전개해 나가지만, 장예모는 푸구이와 아내가 손자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장면으로 갈무리하고 있어요. 감독이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두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내는 대목이 있지요. 바로 이것입니다. ‘삶이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운명은 있다. 사이좋게 내 운명이랑 우정을 나누면서 끝까지 잘 가보는 게 바로 인생이다’ 라는 것이지요.” 강의에 참석한 시민들은 영화를 곁들인 강의를 들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총 5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마녀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주홍글씨), 2강.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인생), 3강. 사랑은 움직이는 것?(제인에어), 4강. 속죄, 가능한가요?(어톤먼트), 5강 성 정체성 타고날까 길러질까(앨버트 놉스) 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