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뉴욕 맨해튼의 5애비뉴에 위치한 성당들에서 부활절 미사와 함께 거리에는 이색적인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는 이스터 보닛 퍼레이드(Easter Bonnet Parade) 라고 불리는 연례적인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인데 종교와는 무관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사이다. 그런데 특이하게 왜 모자를 쓰는걸까. 퍼레이드란 퍼레이드는 참 다양하게도 있는 뉴욕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뉴욕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는 백년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1870년대부터 시작됬으며 1950년대 까지는 부활절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퍼레이드였다. 이때 성 패트릭 (St. Patricks Church) 과 성 토마스(St. Thomas) 교회가 시작한 강단 장식은 부활절 꽃으로 가득했다. 이에 맞춰 부유한 뉴요커들이 새로 드레스를 장만하거나 멋지게 차려입고 부활절 예배 후면 다른 교회로 꽃 장식을 보려 이동하는 화려한 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상류층이 아닌 뉴요커들은 이 광경을 통해 패션의 최신 트렌드를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과시적인 놀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처음부터 끝가지 주도하는 조직이나 후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례행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와 관람자로 나뉘는것이 아닌 함께 어울리고 사진찍는 위주라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3월 넷째주 일요일이면 맨해튼 49- 57가와 5 애비뉴에는 차량이 통제되고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거리를 걸으며 부활절을 기념한다.
그럼 왜 보닛 (Bonnet:끈을 턱 밑에서 묶게되어있는 여자들이 예전에 쓰던 모자)을 쓰는걸까. 그 당시 부활절을 대표하는 전통은 종교적인 부활과 재개의 의미와 함께 조화로운 의미에서 새로 옷을 사 입는 것이였는데 전통이 조금씩 변화되며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퍼레이드에는 주로 가족, 커플, 친구들까리 또는 애완동물과 함께 참여한다. 이들이 쓰는 보닛은 평범한 것 부터 부활절이나 봄을 연상케하는 토끼, 달걀, 나비, 꽃, 풀 등으로 가득한 장식을 볼 수 있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든 특이한 의상이나 장식이며 마치 패션쇼를 보는 느낌이다.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일요일은 맑은 날씨에 여느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붐볐다. 뉴욕의 곳곳에서 이미 몰려들기 시작한데다 수많은 관광객들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반려견들도 이날은 주인과 함께 한껏 차려입고 스타 대접을 받는 모습을 이곳 저곳에서 보니 좋지만 반면 부활절의 의미를 잊지 않기위해 70-80년대를 재현하는 분위기 또는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옷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모자 퍼레이드는 지나치게 화려해진데다 할로윈 의상처럼 오싹함을 돋보이는 부분도 많아서 경건하게 보내야 할 부활절에 불쾌함을 표현하는 뉴요커들도 많다. 아무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례행사라고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나서서 언젠가는 적정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처럼 여러가지 컨텐츠로 퍼레이드나 이벤트 만들어내는 곳이 뉴욕처럼 있을까. 필자도 내년에는 한번 참가해보면 어떨지 고민된다.
/줄리 김 뉴욕 맨해튼 컨설팅사 Do Dream 매니저(교육파트 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