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한 경찰관이 절도 의혹을 받고 있는 여중생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일 CCTV에 찍힌 여중생의 사진을 SNS에 공개한 모 지구대 소속 A경찰관을 상대로 관련 사실 확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경찰관은 지난달 28일 밤 10시 30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관입니다. 한 잡화점에서 어떤 분이 물건만갖고 돈은 내지 않고 가버려 신고가 접수되었네요. 아마 깜빡한 거 같은데…혹시 CCTV 사진 속 여성분이 누구인지 아시는 분은 문자 바랍니다”라는 글과 함께 여중생 B양의 CCTV 사진을 올렸다.
인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다음날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B양 부모는 해당 경찰청 SNS에 “미성년자인 점과 죄를 지었지만 경찰관이 모자이크 처리도 안 하고 공개한 점에 대해 인권을 짓밟았다”며 “딸의 사진이 제주도 중학생들한테 알려져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항의 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A경찰관이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고 B양을 공개 수배했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공개수배는 지명수배나 지명통보를 한 후 6개월이 지나도 주요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할 때만 경찰청장이 할 수 있다. 또 사형이나 무기징역, 장기 3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때 경찰서장이 공개수배를 할 수 있다. 이번 절도 사건처럼 단순 사건을 경찰관 단독으로 공개 수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중생에 대한 과도한 인권 침해도 논란이다. 경찰청 훈령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정하고 있다. 훈령에는 공개수배 시에도 그 죄증이 명백하고 공익성이 현저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고 익명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익명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경찰은 A경찰관을 상대로 공개수배절차 위반과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