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한 뒤 대언론 발표에 앞서 악수한 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정상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벌인 유례 없는 연쇄 정상회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4국이 합의하는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한미일과 중국의 입장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됐다. 중국 정상이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함에 따라 한미일 3국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전략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날 열린 연쇄 정상회의의 성과는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재확인하고 양국 동맹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어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북핵 대응을 위해 공조하자고 뜻을 모았다. 회의 직후 열린 3국 정상의 대언론 발표에서 박 대통령은 “한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이행뿐만 아니라 각국의 독자 대북제재를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3자의 안보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계속 추가적인 3자 협력 주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3자 협력을 모든 차원에서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양자 회담에서도 북핵 대응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향후에도 북핵 문제 진전과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박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한미일이 그간 예상했던 고민거리는 현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이행하겠다”고 말한 것은 ‘대신 사드 배치 반대와 북한과의 대화 요구는 한미일이 받아들여라’라는 압박 카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면 이행할수록 한국은 ‘사드는 국익 문제이니 중국이 상관할 바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큰 소리로 얘기하기가 불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고민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함에 따라 미국이 사드 배치를 위한 한국과의 논의를 진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을 각오해야 한다. 임기 말인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대화 요구’가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 논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북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관련국들이 대화에 나서게끔 북한과 한미일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선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