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다보스’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 연차총회가 얼마 전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최됐다. 올해 15회째인 이번 포럼에서는 ‘아시아의 미래: 새로운 활력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세계 정·재계, 학계의 지도급 인사 2,000여명이 80여개 세션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의 면면이나 운영 측면에서 보아오 포럼이 세계적인 포럼이 되기에는 아직 중국 색채가 농후하고 다소 미숙한 면이 있어 보였지만 국제 주요 이슈들의 트렌드와 의미, 문제점과 향후 방향을 점검하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3월 취임 일성으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선언했지만 경제·외교의 굴기뿐 아니라 주요 이슈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세계 질서를 다시 써보려는 것이 중국의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섬뜩해졌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은 자국 경제에 자신감을 표출하면서 향후 주요 국제 이슈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5년 만에 가장 낮은 6.5~7%로 책정한 것은 정책의 융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 경제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아시아금융협력협회 창설을 제안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을 역설했다.
1월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진리췬 AIIB 총재는 AIIB가 가장 높은 수준의 다자개발은행으로 발전해나갈 것임을 강조하면서 57개국으로 출범한 AIIB에 추가로 가입하려는 국가가 30개국이 넘는다고 자랑스럽게 언급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도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확연했다. 리 총리는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태국 등 메콩 강 5개국의 총리·부총리를 초청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또 중국 외교부는 상하이협력기구(SCO),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 등 아시아 지역 9개 지역협력기구의 대표들을 초청해 향후 협력 방향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다.
역시 남중국해 문제는 핫이슈였다. 공개 토론장인 만큼 대부분의 발표자가 윈윈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한 중국학자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입장이 오판(misjudgement)과 계산착오(miscalculation)에 근거해 있으며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 대국의 쇠퇴는 다른 경쟁국의 도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의 오판과 계산착오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 운영요원들의 언어 소통 문제라든가 비효율성이 눈에 띄었지만 만약 이들이 좀 더 영어에 익숙해지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아오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중국은 이렇게 부상하고 있는데 과연 ‘한국의 꿈’은 무엇일까, 총선 공천 파동 속에 과연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