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76년(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기업이 기존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비·건설·무형자산 등에 투자한 금액을 모두 합한 액수를 말한다. 이 기업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31.4%)을 기점으로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내수마저 침체되면서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에 머뭇거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투자 부진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설비투자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재고가 많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1월 제조업의 재고율은 128.5%로 2008년 12월(129.5%)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개별소비세 재시행으로 자동차 판매가 느는 등 최근 소비지표가 반짝 살아나면서 2월 재고율(128.0%)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투자 위축에 기업의 실적마저 급감하면서 덩달아 내수의 주역인 민간소비도 줄고 있다.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IMF 환란 당시인 1998년(49.8%) 이후 처음으로 절반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민간소비 비중은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8년(48.3%) 이후 최저치다.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12년 51.4%에서 2013년 50.9%, 2014년 50.3% 등 3년 연속으로 떨어졌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도 지난해 7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다. 소비를 줄인 가계가 은행에 돈을 쌓아 좋으면서 자금 조달액에서 자금 운용액을 뺀 차액인 잉여자금도 사상 최대인 100조원에 육박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성장률 하락→기업투자 감소→고용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은 “한국이 구조개혁, 규제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정부 지출도 창업, 연구개발(R&D), 미래 먹을거리 등 장기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