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기업이 자사의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국내 최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24일 빠르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었습니다. 직급체계를 단순히 하고 회의를 줄이는 등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SK·LG 등 여타 대기업들도 다양한 형태로 기업문화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기업문화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고치려는 것일까요. 그간 기업문화는 회사 내 임직원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단순한 분위기 정도로 인식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기업문화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었죠. 당장 급했던 성장에 우선순위를 빼앗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기업도 많이 커졌고 구성원의 경제적 수준도 향상되면서 그동안 간과됐던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이 일하는 장시간 근로문화나 술자리 위주의 회식문화, 상명하복의 경직된 소통문화 등이 구성원의 불만을 야기하고 업무 효율도 떨어뜨린다는 것이죠.
☞ 왜 이런 문화가 생겨났나요
유교적 권위·군대식 위계질서 등
비합리적 조직관리 답습 많아
주먹구구식 업무 양산 악영향
☞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복잡한 직급체계 단순화하고
퇴근시간엔 컴퓨터 끄기 의무화
익명게시판 운영 등 소통 필요
가장 중요한건 CEO 관심과 의지
근본원인 찾아 해결 힘 쏟아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문화도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기대 수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기업도 이제 성장했으니 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죠. 그러나 기업들은 아직 법에서 정한 것만 지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 같습니다. 높아진 경제적 지위에 걸맞게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협력사와의 상생이나 지역사회 공헌을 스스로 실천하는 문화도 확산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우리 기업문화의 문제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와 함께 실시한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우리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조사해 점수로 환산해보니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았고 야근의 원인이 되는 비효율적인 회의(39점), 형식에 치우친 불필요한 보고(41점), 상명하복식 소통(55) 등도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법과 규범을 준수하고 협력사와 상생을 도모하는 등의 사회적 책임 점수도 61점으로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기업문화가 기업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것입니다. 상명하복과 야근의 문화, 즉 위에서 시키면 야근을 해서라도 이뤄내는 우리 기업문화가 산업화 시대에 선진기업을 모방하는 추격자(Fast Follower) 입장에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업도 성장해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시장과 기술을 앞에서 개척해나가는 선도자(First Mover)의 입장이 된 것이죠.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기업문화보다는 창조와 혁신의 기업문화가 더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문화가 형성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기업도 사회의 일원인 만큼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교적 권위주의나 군대식 위계문화 등 한국 고유의 문화들이 기업으로 흘러들어와 기업문화로 형성된 면도 있습니다. 기업 내부적인 측면에서는 잘못된 조직관리 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비합리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불필요하거나 주먹구구식 업무를 양산하고 불분명한 평가 시스템은 직원을 눈치 보게 만들어 상사와의 소통을 어렵게 하거나 눈치 보기식 야근을 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문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지금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줄이기 위해 퇴근시간 이후 컴퓨터를 끄는 PC-OFF 제도를 실시한다거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직급을 줄이고 사내에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업문화를 고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죠.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EO의 관심과 의지입니다. 기업문화를 개선하면 성과도 높아진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CEO가 주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선 방법론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닌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야근을 무작정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야근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 시스템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 기업문화도 선진화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