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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자본시장 빅뱅] "수수료 의존 탈피가 제1 과제"…기업금융+자산관리 능력 키워야

<하> 한국형 IB 진화의 과제

자본시장, 핀테크 등 급변에

글로벌 1위 IB 골드만삭스도

"우리는 IT기업" 혁신 박차

변화 속도 따라잡기 위해

인재에 대한 투자 더 늘리고

독창적 상품 개발 서둘러야





“We are a tech company (우리는 IT 기업입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의 발언에 지난해 전 세계 금융투자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기업금융과 투자운용에서 세계 1위를 굳힌 글로벌 IB가 생뚱맞게 정보기술(IT)기업을 자처하고 나서자 업계는 자본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직감했다. 블랭크페인의 메시지는 핀테크, 인터넷은행 등 급변하는 자본시장에 맞춰 골드만삭스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골드만삭스의 위기감은 미래에셋대우,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 등으로 글로벌 IB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 우리 자본시장에는 너무 빠른 변화의 바람이다. 이제 막 에이전시 영업에서 자기자본투자(PI) 영업으로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우리 금융투자 업계에 더 힘든 도전과제가 던져지는 셈이다. 힘들게 덩치를 키웠지만 글로벌 IB 대열에 동참하기도 버겁다. 골드만삭스(113조원)의 자기자본은 우리 전체 증권사의 2.5배에 달하고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일본의 노무라증권(28조원)과 다이와증권(14조원), 중국의 중신증권(18조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에셋대우가 내세우는 노무라증권 모델이나 KB금융지주의 BoA메릴린치 모델이나 당장 급한 것은 수익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고객들의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대형증권사는 시장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골드만삭스는 인수합병(M&A), 부동산 등 대체투자, 사모펀드(PF) 등 IB와 투자운용· 기업공개(IPO)와 시장조성 매출이 76.7%에 달했다. 수료는 14.3%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증권은 순수탁수수료가 절반을 넘고 금융상품 판매수익이 24.2%에 달한다. 쉽게 말해 한국 증권사는 고객의 자산을 중개하거나 펀드 등에 가입시킨 후 수수료를 챙기지만 골드만삭스는 M&A, 자산관리, 대체투자 등으로 매출의 80% 가까이를 챙겼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대우와 KB금융이 확대된 자본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분명해졌다”며 “에이전시 영업에서 PI 영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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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자본시장의 변화 속도다. 이미 글로벌 자본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업그레이드시키며 두세 발 앞서고 있다. 현대증권 매각을 주관한 EY한영회계법인의 윤만호 부회장은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의 등장으로 국내 증권업과 자산운용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골드만삭스의 변화에서 보듯 우리는 덩치도 키워야 하지만 디지털혁신 부문에서도 부지런히 따라가야 하는 이중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적화된 인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2, 제3의 박현주 회장이 나오도록 사람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지주 자본으로 편입된 증권사의 독립경영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자칫 보수적인 은행 DNA가 증권사로 유입될 경우 겉만 화려한 유니버설뱅크가 될 뿐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천편일률적인 상품의 다양화도 서둘러야 한다. 국내 증권 상품시장은 독창적인 상품개발보다 경쟁사가 내놓은 상품을 베껴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창적인 수익창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6년 중국 공상은행의 지분 4.9%를 PI로 매입한 후 기업공개(IPO) 주관사(에이전시)로 참여, 2013년 73억달러의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투자, IB, IPO 업무의 시너지 효과로 수익구조를 만든 셈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형 증권사 간 경쟁은 결국 얼마나 차별화된 수익구조를 만드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며 “늘어난 자본을 바탕으로 자본시장의 변화에 앞서 가는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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