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장애아에겐 보조금보다 재활·직업훈련 필요"

기부 이끌어 어린이재활병원 세운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사회적비용 1/3 이상 줄어들고

본인·가족 삶의 질 향상에 도움

시민·단체·기업·지자체 한마음

400억 넘게 모아 28일 정식개원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 1만명, 넥슨 등의 500개 기업·단체가 한마음이 돼 벽돌 한 장, 한 장씩 쌓아올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기적입니다.”

오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병원을 정식 개원하는 푸르메재단의 백경학(52·사진) 상임이사는 “병원 건축비와 초기 운영비 440억원 중 420억원을 시민·기업·단체의 기부금과 서울시의 의료장비 등 지원, 마포구의 병원 부지 제공으로 마련했다”며 “치료와 직업재활훈련을 아우르는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6일 말했다.

이 병원은 지상 7층, 지하 3층에 연면적 1만8,558㎡ 규모. 91개의 입원 병상과 낮 병상을 운영하며 하루 500명, 연간 15만명의 장애어린이와 지역 주민을 진료하고 재활을 돕게 된다. 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치과·소아청소년과 등 4개 진료과와 물리·언어·음악치료실, 자폐아를 위한 ABA조기집중치료실, 장애아와 지역 주민을 위한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 일부 외래진료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 중인데 뇌성마비·자폐증 어린이 등 600명가량이 예약한 상태다.


여느 병원과 달리 장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직업재활센터도 운영한다. 정상적인 아이보다 직업훈련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일찍 적성을 발굴하고 지속적인 훈련으로 직업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 이사는 “어린이의 장애를 좀 더 빨리 발견해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하면 직업도 갖고 세금도 낼 수 있게 된다”며 “당장은 돈이 들지만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보조하는 것과 비교해 사회적 비용은 3분의1로 줄이고 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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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이사가 재활병원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은 10여년 전. 독일에서 가족 여행을 하다 부인이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는데 국내로 돌아와 재활치료를 도우면서 국내 치료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깨달았다. 지루한 소송 끝에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의 절반인 10억여원 등으로 지난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酬價), 의료인과 치료사 등의 손을 더 많이 타는 장애어린이의 특성 때문에 어린이재활병원이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연간 3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수가 현실화, 운영비 지원 또는 공공병원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등록 장애어린이의 숫자는 약 10만명인데 재활치료가 필요한 미등록 장애어린이를 포함하면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늦은 결혼과 고령 출산으로 인한 장애아 출현 비율이 높아져 영유아 시기의 조기 진단과 빠른 재활치료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에는 200여개, 독일에는 140개의 어린이 재활병원이 있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재활치료의 적용 범위도 넓다. 반면 국내에서는 2006년 재활 전문 보바스어린이병원이 90병상 규모로 개원했다가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의원급으로 축소돼 명맥을 유지하는 등 환경이 매우 척박하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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