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감성적인 유권자, 이성적인 유권자

선거일 임박하자 또 위기 프레임

정책경쟁 실종 속 감성 자극 일색

신중히 따지고 이성적 선택해야

이용택 논설위원이용택 논설위원




20대 총선일이 임박해오면서 정치권에 다시 ‘위기 프레임’이 가동됐다. 예상의석 수를 대폭 낮춰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은 며칠 전 자체 여론조사에서 과반(150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긴급 선거대책위회의까지 열었다. 50대 이상 핵심 지지층의 투표 포기 현상이 심각해 최악의 경우 전체 의석이 135석까지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엄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판세를 110석으로 읽는 분위기다. 역시 당초보다 20석 줄어든 것이다.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는 더 심한 위기론이 제기됐다. 총선에서 패하며 정권도 내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와 선거일까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의석이 100석까지 떨어지고 야권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90석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전적으로 감성에 호소한 전략이었다.


원래 인간의 뇌는 감성적이어서 정치인의 공약 등 이성적 요인보다는 자신의 당파성과 후보에 대한 감정 등을 근거로 지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미국 에머리대 심리학교수인 드루 웨스턴이 쓴 ‘정치적 뇌(The Political Brain)’라는 저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웨스턴은 이성보다 감성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무시한 채 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어떤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보고 선거전략을 짜면 백전백패한다는 것이다. 투표자들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후보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에게 끌린다는 얘기다. 지금 펼쳐지는 선거유세 장면에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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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를 극복하고 이성적으로 따져 투표하려고 해도 참 난감하다. 여야 모두 공천 혼란과 파열음으로 후보자 공천이 늦어지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누가 출마했고 후보들은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공약집을 열심히 읽어봐야 차이점을 찾지도 못한다. 가정에 배달된 선거안내 팸플릿을 두세 번 읽어봤지만 그 내용이 그 내용이다. 서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善)한 의도로 포장돼 있다’며 포퓰리즘의 재앙을 비판하지만 어느 정당 할 것 없이 그런 공약이 넘쳐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등 4개 정당 공약에 대해 혹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개 정당 공약 모두 참신하거나 개혁적이지 못하고 기존 정책을 재탕해 나열한 수준이라는 게 핵심이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예산을 최소화해 박근혜 정부의 기존 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이며 집권여당의 공약으로 부족하다고 비판했고 더민주에 대해서는 순환출자 해소 추진 및 금산분리 원칙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이를 위한 재정마련 대책, 단계별 추진전략이 미흡하다고 평했다. 정의당은 방대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재원마련 등 공약 이행이 관건이라며 국민월급 300만원 공약은 중소기업 노동자가 90%인 현실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의견을 절충하는 수준에서 정책이 급조됐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이러니 정책경쟁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해야 하는 게 이번 20대 총선이다. 역대 최악의 투표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대 총선 투표율(54.2%)은 18대 총선 투표율(46.1%)보다 8%포인트가량 높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공천갈등과 계파싸움, 야당연대 무산 등이 키운 정치혐오가 무관심으로 이어져 저조한 투표율로 표출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제발목론과 경제심판론에 위기 프레임까지 얹어 오로지 표심을 잡기 위한 프레임 경쟁에만 혈안이 돼 있다. 투표 전까지 더 따져보고 더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래저래 감성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유권자만 힘들게 됐다.

ytlee@sedaily.com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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