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사처, 사무실 비번 흔적 지운 뒤 경찰에 수사 의뢰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려 한 송모(26·남)씨가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의 출입문을 손쉽게 열 수 있었던 것은 사무실 출입구 벽면에 잠금장치의 비밀번호가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인사처는 경찰에 수사 의뢰할 당시 알리지 않았고,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이를 지우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사처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울청사 방호 담당자 및 청소 담당 아주머니들로부터 채용관리과 전자키 옆 벽면에 네 자리 숫자가 쓰여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현장 확인을 나갔을 때 이 번호들은 모두 지워진 상태”라고 7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청사의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은 ‘관행’적으로 사무실 출입 벽면에 출입 비밀번호를 적어둔다. 아주머니들이 담당하는 모든 사무실의 비밀번호를 외울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 번호는 송씨의 사무실 침입에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인사처가 이 같은 사실 모두 알았음에도 경찰에 수사 의뢰할 당시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인사처가 수사를 의뢰한 1일 밤 채용관리과 담당 사무관을 조사하며 출입문 옆에 비밀번호가 적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사처가 수사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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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청사 방호 담당자는 인사처의 수사 의뢰 전 청사 벽면에 적힌 모든 비밀번호를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지우라고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사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청사관리 방호팀에서 확인했다”면서 “수사 의뢰 전 인사처 관계자와 이야기가 오간 것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사처가 송씨의 구속영장 신청 사실을 경찰에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의혹도 전해지면서 인사처가 조직적으로 사건 축소 및 은폐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경찰은 서울청사 방호 담당자 등을 추가 조사하는 한편 송씨를 이르면 8일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행자부는 청사보안강화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청사 출입절차, 경비·보안시설 혁신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청사관리를 맡고 있는 행자부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이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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