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관리 아닌 관심이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아산나눔재단 주최 청년창업 강연

팀워크 무너지면 창의성도 깨져

개인보단 팀성과제로 소통 유도

4.5일 유연근무…출근시간 철저

자유로움에도 원칙·규칙 있어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




국내 대표 음식배달 주문 앱 ‘배달의 민족’의 대히트 후 회사 조직이 커지자 김봉진(40·사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인들에게 논공행상을 잘하라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직원 관리를 위해 보상에 치중하고 이를 당연시하는 기존 조직문화에 김 대표는 의문을 가졌다. 구성원 개인별 성과 평가에 집착하는 방식이 과연 직원들에게서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행복할까 하는 고민이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이 기업 발전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최근 아산나눔재단이 서울 광화문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마련한 청년 창업 강연에서 김 대표는 “관리가 아닌 관심이 지속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월요일 오후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 가족을 위한 월 1회 재택근무 등 다양한 유연 근무제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끼리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서로 관심을 받는 것이 자발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동인으로 봤다. 그래서 김 대표는 팀 성과만을 본다. 개인별 성과 보상제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는 평범한 사람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내는 조직’이라는 세계적 경영 석학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며 “개인별 성과 보상에 집착하면 팀워크가 깨지고 창의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구에 비유하면 득점을 올리는 스트라이커에 비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팀을 뒷받침하고 팀워크에 없어서는 안 될 후방 플레이어들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용주와 직원 간의 딱딱한 관계를 내포하는 듯한 보상보다 구성원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듯한 포상이 김 대표의 동기부여 수단이다. 동료의 생일에 조촐한 파티를 열어주고 직원의 부모님에게 조그만 감사 케이크를 보내는 것도 일종의 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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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는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교수의 말처럼 사내에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 구성원 간에 건강한 관계 맺기를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입 직원 채용에 함께 일할 동료들이 직접 대면하고 어울릴 만한 인재인지를 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답게 김 대표는 창의적 업무 공간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 건물 창밖으로 놀이공원 전경을 볼 수 있도록 현재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에 300여명의 근무 공간을 얻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 책상 옆에 스툴을 놓고 근무시간에도 음악을 틀어놓도록 했다”며 “누구든 편하게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물론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전부는 아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면서 꼭 해야 할 일은 원칙과 규칙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사내에는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4.5일제도 운영하지만 출근 시간에는 단 1분의 융통성도 통하지 않는다. 그는 “회사 핵심 직책의 사람일지라도 잘못했을 때 원리 원칙대로 벌칙을 적용하는지가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영상 비상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수직적 명령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평적이면서 수직적인 체계의 균형점을 다져나가는 것이 과제”라며 “결국 규율 위에 세우는 자율적 문화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

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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