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액화석유가스(LPG)가 미국산보다 공급 안정성이나 가격 측면에서 우월합니다.”(아람코 관계자)
지난달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린 LPG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아시아 주요 LPG 수입사와 학계 등이 모인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아람코 측 실무자들은 세미나 기간 중 일본과 한국 주요 업체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사 LPG의 장점을 소개하는 데 힘썼다. 국내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자가 가격결정권까지 손에 쥐고 있는 LPG 시장에서는 아람코 등이 확실한 ‘갑(甲)’의 위치였지만 콧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업체들에 중동 LPG를 장점을 알리며 계속 써달라고 말하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말 파나마운하 개통을 앞두고 그간 아시아 LPG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던 아람코가 자세를 바꿔 영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파나마 운하는 기존에는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4,500TEU(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까지 지날 수 있었지만 확장되면 최대 1만4,000TEU 선박도 통과할 수 있다. 그동안 운하를 이용할 수 없었던 초대형 LPG운반선도 다닐 수 있게 돼 미국에서 한국까지 초대형 LPG운반선 뱃길이 50일에서 30일 정도로 대폭 단축된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LPG의 70~80%는 사우디 등 중동산이다. 미국산이 중동산보다 10%가량 저렴하지만 중동산은 18~20일이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운반비와 제품값 변화 등을 고려해 중동산을 주로 쓴다. 그러나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미국산과 중동산의 운반일이 열흘 정도까지 좁혀지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미국산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아람코가 제시하는 LPG 가격이 중동산의 기준이 될 정도로 아람코는 LPG시장의 ‘절대 강자’였지만 지위 추락이 현실화하면서 직원들이 중동산 LPG 세일즈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1과 SK가스 등 국내LPG 업체는 아직 미국산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가격과 운송비용 외에도 제품 질이나 안정적인 공급 가능성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다. 다만 앞으로 미국산 비중을 얼마나 늘리는지와 관계없이 구매 여건은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PG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돼 기존 중동 공급처와 가격협상에 보다 유리한 자세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